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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연꽃홍수56

우리는 /정령 시집[연꽃홍수]중 96쪽 우리는/정령 너는 플러스 나는 마이너스, 만나고 싶어도 보내야 하는 거야. 너는 하늘 나는 땅, 가로지르는 세상을 보아야 하는 거야. 너는 기름 나는 물, 섞이고 싶어도 비비고만 있는 거야. 두 눈 마주한 채 보내야 하고, 두 손 마주 잡은 채 보아야 하고, 두 어깨 살며시 대고만 있지. 그렇게 함께 하는 거야. 2023. 6. 6.
살구꽃/정령 시집[연꽃홍수]중 47쪽 살구꽃 가그랑가그랑 기침 소리 문풍지를 흔들면요 대롱대롱 고드름이 놀라 엉겁결에 툭 떨어지고요 댓돌에 누워 있던 누렁이 벌떡 일어나서는요, 고드름 물다가 소스라쳐 부엌으로 달려가서는요. 부뚜막 고무신짝 물고 와 꼬리 살랑살랑 흔들어대는데요 방문이 열리고 서리 앉은 머리는요, 옥색대님 여물게 묶은 발목, 문지방 넘어와 고무신 신고요 오동나무 반지르르한 지팡이 땅을 탁탁 짚으면요 누렁이 꼬리 흔들며 아지랑이 피는 들길 먼저 달려가고요 누렁이 달려가는 길목마다 지팡이 콕콕 찍으면요 메마른 골짜기 얼었던 물이 졸졸졸 흐르고요 겉껍질 푸석거리던 앙상한 가지도 빠꼼히 잎을 피우고요 새들이 날아와 지저귀면 봄바람 살랑살랑 봉긋한 꽃망울, 살살 살구꽃이 저렇게 벙글어지는데요. 사뿐사뿐 살랑대는 치맛자락 지팡이로 톡톡 .. 2023. 6. 6.
눈부처 /정령 시집[연꽃홍수]중 97쪽 눈부처/정령 네 눈 속에 사람 하나 서 있다. 네 눈 속에 그 사람 별처럼 반짝인다. 너를 가슴에 품은 사람 눈물 따라 똑 또르르, 나를 보내고, 너도 보내고, 보내고 보내도 네 눈 속에 아직 나 있다. 2023. 6. 6.
그릇/ 정령 시집[연꽃홍수]중 108쪽 그릇/정령 어머니가 우신다. 무명 치맛자락 동여매고 화전밭 일구시던 마디 굵은 손으로 뚝뚝 눈물 훔치시다가, 이 빠진 시엄씨 호령에 꿀꺽 그마저 삼켜버린다. 호리호리한 며늘아기 볼 때마다 쓰다듬고 다독이더니, 손주딸 품에 안고 지금처럼만 하면 된단다. 훌훌 털어보내시니, 금지옥엽 내 아가 아까워서 어쩔꺼나. 벙어리 귀머거리 눈봉사로 살지 말고, 쏟아내고 넘치도록 퍼주면서 살라고, 문간에 나와 손 흔들어 배웅하니 어머니 마음만 타들어간다. 2023.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