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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기(릴케/가을날)
정령시인
2020. 3. 4. 15:41
가을날
릴케(독일Rainer Maria Rilke :1875~1926)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아주 위대해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놓으시고
벌판에 바람을 놓아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을 결실토록 명하시고,
그것들에게 또한 보다 따뜻한 이틀을 주시옵소서.
그것들을 완성으로 몰아가시어
강한 포도주에 마지막 감미를 넣으시옵소서.
지금 집 없는 자는 어떤 집도 짓지 않습니다.
지금 외로운 자는, 오랫동안 외로이 머무를 것입니다.
잠 못 이루어, 독서하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잎이 지면 가로수 길을
불안스레 이곳저곳을 헤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