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시인
2020. 4. 9. 08:17
다 꽃 /정령
꽃이 피지 않았다면, 가로 누워 일자로 내려오는 빗물에 흠씬 젖다가 오목한 눈으로 아래로만 보다가 어느 밤 검은 날개를 펼치고 어두운 세상을 곤두박질치다가 깊은 바다에서 낙조처럼 잠영을 하고 있을 거였다.
꽃이 핀 후, 처진 내 입이 동그라지고 오물오물 아기새들처럼 벌어진다는 게 이슬이 아롱지고 바람이 재잘대는 소리에 내 눈이 반짝인다는 게 붉은 이사빛에 매일매일 내 몸이 흔들린다는 게 다 꽃, 꽃이기에 꽃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