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이편(學而篇) 제1장
(원문)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呼. 有朋自遠方來, 不亦樂呼.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呼.
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인불지이불온, 불역군자호.
(해석)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섭섭해하지 않으니 어찌 군자가 아니랴. "
(풀이)
우리가 보통 공부한다는 뜻으로 쓰는 학습이라는 말은 사실 그 각각의 두 글자가 의미하는 바가 약간 다르다. 배울 학(學)은, 본래 그 글자의 모양이 아이(子)가 책상(冖)에 앉아 글(文 : 爻처럼 생긴 것의 원래 글자)을 손으로 감싸쥐고(臼) 읽는 모습으로, 훌륭한 것을 본받아, 모르는 것을 알게 된다는 뜻이고, 습(習)은, 아기새가 날개(羽)짓을 수없이 많이(白의 자리에 원래는 百이 들어갔다고 한다.) 하며 나는 법을 배우는 모습으로, 그렇게 알게 된 것을 익혀서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내는 것이라 하겠다. 영어의 Learn과 Study의 개념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모르는 걸 알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 일이다. 거기다가 그 지식을 내 나름대로 소화해 내서 내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에 적용시킨다. 이것도 기분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배우고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기쁜 거다. 이 공부라는 게 꼭 책이 들어가는 학교 공부가 아니라도 자기가 알고 싶었던 모든 것이 다 공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혼자 이렇게 배우고 익히고 해도 기쁜데, 거기다 멀리서 친구까지 찾아온다. 아, 이것은 더 즐겁다. 친구 싫은 사람 있을까?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아까 배웠던 것은 더욱 심화되고, 친구로 인해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즐거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여기까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섭섭해하지 않으니 어찌 군자가 아니랴."
지금이야, 동양의 대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이지만 사실 공자의 생애는 불우했다. 높은 정치적 이상을 갖고 있었지만, 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한 탐학스런 군주들은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고, 실망한 그는 똘똘한 젊은이들 가르치는 데에나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공자를 '알아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그게 '섭섭하다'고 뜻을 굽혀 아부를 떨었다던가, 낙망한 채 삐져서 저어~ 산 속에 콕 쳐박혀서 세상을 등지고 살았다면. 지금의 공자는 있지도 않았을 것이고, 우리는 그의 말을 들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공자도 안다. 자기 말 안 들어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도, 좌절하지도 않는다.
'옳은 일을 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가 아니라,
"안 되는 줄은 알지만 그래도 옳으니까 한다." 가 공자를 비롯한 유가(儒家)의 공통된 정신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신(德)을 완성한 사람이 바로 유가의 이상적 인물인 군자(君子)다.
기쁘게 배우고, 즐겁게 사귀며, 알아주지 않아도 섭섭해하지 않는다. 공자는 바로 그렇게 살았다.
2. 학이편(學而篇) 제2장
(원문)
有子曰, 其爲人也孝悌, 而好犯上者鮮矣. 不好犯上, 而好作亂者, 未之有也.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悌也者, 其爲仁之本與.
유자왈, 기위인야효제, 이호범상자선의. 불호범상, 이호작란자, 미지유야. 군자무본, 본립이도생. 효제야자, 기위인지본여.
(해석)
유자가 말하였다. "그 사람됨이 효성스럽고 겸손하면서도 윗사람에게 대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윗사람에게 대들지 않는 사람 치고 난동부리는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 군자는 근본에 힘쓰거늘, 근본이 서야 도(道)도 사는 법이다. 효성과 겸손은, 곧 인(仁)의 근본일 것이다."
(풀이)
유자는 공자의 제자 유약(有若)을 일컫는 말로, 공자보다 43세 어렸다고 하며, 공자와 굉장히 생김새가 비슷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공자 사후에 몇몇 제자들이 "유약이 스승님하고 비슷하게 생겼고, 말하는 것도 비슷하니까 유약을 스승으로 모시자" 라는 등의 개 풀 뜯는 소리를 하다가 다른 제자들의 반대로 그만뒀다는 일화가 있다.
논어의 전편을 통틀어 ‘스승님’을 나타내는 말인 자(子)자를 붙여 부르는 인물은 공자와, 그의 제자들 중 이 장에 나온 유약(有子), 그리고 4장에 나올 증삼(曾子), 이 세명 뿐이다. 때문에, 후세의 학자들은, 논어의 편집이, 공자의 직계제자들이 아니라 손자뻘 제자들, 그러니까 유약의 제자들과 증삼의 제자들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본다. 이 장은, 그 유약 문하의 제자가 뽑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잠시 옆길로 빠지면, 유약의 문파는 자하(子夏) - 순자(荀子 : 성악설로 유명)로 이어져 훗날 법가(法家)의 바탕이 되었고, 증삼의 문파는 자사(子思) - 맹자(孟子 : 성선설로 유명)로 이어져 우리가 지금 보통 알고 있는 유가(儒家)의 맥을 이었다.
공자의 사후, 유약을 스승으로 모시자고 주장했던 이들의 중심에는 자하가 있었고, 그를 반대했던 다른 제자들은, 말할 것도 없이 증삼을 중심으로 뭉쳐 있었다.
공자의 문하에서 가장 바람직한 인간상을 일컫는 말이 군자(君子)이고, 가장 중요한 덕목이 바로 인(仁)이다. 그 두 단어를 여기서 쉽게 설명할 수 있다면, 논어의 저 수많은 장들은 모두 필요 없거니와, 지금 현재 전 세계의 인구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고 하는 이제까지 논어를 읽은 사람들은 모두 헛고생을 한 것이리라. 그 쉽게 알 수 없는 인에 대한 첫 엿보기가 바로 이 문장이다. 유약은 효성과 겸손이 인의 근본이라 했다.
효(孝)는 늙은 부모(老)를 아들(子)이 업고 다니는 모습을 본뜬 글자로, 부모를 잘 섬기는 것을 뜻하고, 제(悌)는 형과 어른을 잘 섬기는 것을 말한다.
효성스럽고, 겸손하면? 윗사람을 공경하는 사람일 것이다. 윗사람을 공경하는 사람 치고 사고 잘 치고 돌아다니는 놈은? 거의 못 봤지. 간단한 논법이다...^^;;;
추상적인 의미인 인(仁)에 대해, 그 첫 실천 수단으로 효성과 겸손을 든 것이다. 첫 장의 군자와 더불어, 인에 대해서는 논어 전편에 걸쳐 거듭 말하게 될 것이다.
3. 학이편(學而篇) 제3장
(원문)
子曰, 巧言令色, 鮮矣仁.
자왈, 교언영색, 선의인.
(해석)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겉치레 말과 거짓 웃는 얼굴을 하는 자에게 인(仁)이란 거의 없는 것이다."
(풀이)
교언이란 시경(詩經) 소아(小雅) 우무정편에 나오는 말로 겉치레로 예쁘게 꾸며서 하는 말을 뜻한다. 영색이란 역시 시경 대아(大雅) 증민편에 나오는 말로 겉보기만 있고 알맹이가 없는 번드르르한 자태를 말한다.
이 장의 댓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구성까지 비슷한 표현이 자로(子路)편 27장에 나오는데, 그 내용은 “강의목눌(剛毅木訥)한 사람은 인(仁)에 가깝다”라는 것이다. 강(剛)은 강직한 것, 의(毅)는 굳센 것, 목(木)은 순박한 것, 눌(訥)은 말수가 적은 것을 말한다. 곧, “강직하고 굳세고 순박하고 어눌한 사람이 인에 가깝다.”고 한 것으로, 이 장과 비교해 보면 인의 개념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4. 학이편(學而篇) 제4장
(원문)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증자왈, 오일삼성오신. 위인모이불충호, 여붕우교이불신호, 전불습호.
(해석)
증자가 말하였다. "나는 하루에 세 가지 반성을 한다. 남을 도우면서 충실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나? 벗을 사귀면서 신의를 저버린 일은 없었나? 어설프게 익힌 것을 남에게 가르치지나 않았나?"
(풀이)
증자의 성은 증(曾)씨 이름은 삼(參). 공자보다 46세 어린, 공자 문하의 막내 제자라고 한다. 이름난 효자로, 실제 효에 관한 문제의 권위자이기도 했다. 효행의 대상이 되었던 그의 아버지인 증석(曾晳)도 역시 공자의 제자였는데, 약간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증석은 곧잘 증삼을 때렸는데, 언젠가 한번은 거의 죽을 만큼 두들겨 맞고도 이 효자 아들은 아버지가 걱정할까 생각하여, 자신은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태연하게 피리를 불고 있었다고 한다. 후일 이 일을 전해들은 공자는 때린 아버지가 아닌 맞은 아들에게 화를 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아비를 살인자로 만드는 것이 효행이라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때리면 도망을 가라.. 아무튼, 이러한 증자에게 자사(子思)가 배웠고, 자사의 문하에서 맹자(孟子)가 나왔다.
이 구절은 그 증자의 생활 태도를 나타내는 장이다. 충실히 남을 돕고, 신의로 벗을 사귀며, 완전히 익힌 것만 남에게 가르친다는 태도인데, 말로 하긴 쉽지만, 이런 생활태도를 실천하면서 산다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다.
5. 학이편(學而篇) 제5장
(원문)
子曰, 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而時
자왈, 도천승지국, 경사이신, 절용이애인, 사민이시
(해석)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제후의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있어서는
1. 일을 신중하게 하고, 백성에게 믿음을 준다.
2. 정부의 비용을 절약하고 백성을 사랑으로 기른다.
3. 백성을 부릴 때에는 그 때를 가려서 한다."
(풀이)
정치에 관해 처음으로 다룬 장이다. 대략 2,500년 전의 통치철학인데, 지금도 곱씹어볼 바가 있다. 현대적인 용어를 사용해서 설명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국가적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신중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집행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는다.
2. 공공부문의 비용 지출은 축소하되, 사회 전반의 복리후생에 힘쓴다.
3. 전쟁이나 대규모 공사 등 국민적 동원이 불가피할 때에는, 가능한 한 생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옛 중국의 사마법(司馬法)에 따르면, 1승(乘)은 곧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 1대, 그 수레에 타는 갑옷 입은 무사 3명(오른쪽 사람은 창을 들고 왼쪽 사람은 활을 들며 가운데 사람이 말을 몬다. 왼쪽 활 든 사람이 젤 높은 사람), 보병 72명, 그 외 시다바리 잡역병사를 포함하여 도합 100명의 병력을 말한다고 한다. 사(士)는 10승, 대부(大夫)는 100승, 제후(諸侯)는 1,000승, 10,000승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천자(天子 : 보통은 황제, 이 당시는 왕) 뿐으로 천자를 곧 만승의 자리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즉 천승의 나라라 함은 수레 1,000대, 병사 10만을 가진 제후의 나라를 가리킨다. 보통 논어에서 "나라"라고 하는 경우는 대부분 이 제후국을 말한다. (중국 전체는 보통 "천하"라고 일컫는다.) 말이 제후국이지 왠만한 왕국보다 크다.
6. 학이편(學而篇) 제6장
(원문)
子曰, 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而親仁. 行有餘力, 則而學文.
자왈, 제자입즉효, 출즉제, 근이신. 범애중이친인. 행유여력, 즉이학문.
(해석)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젊은이들이여, 집에 들어가서는 효도할 것이고, 집을 나서면 웃어른을 공경할 것이며, 언행을 삼가고 신의를 지켜라. 사람을 널리 사귀어 사랑하되 어진 사람을 더욱 가까이하라. 그러고도 여유가 있거든 학문에 힘쓸지어다."
(풀이)
바로 이 장을 놓고, “공자도 학문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여유가 있거든 공부를 하라...라는 얘기는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 앞의 행동들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학문에 앞서 그런 것들을 실천하란 소리다. 자세히 보면 아주 당연한 소린데, 효성과 겸손(제2장의 유약이 했던 말 참조), 신중함과 신의(제3장, 제4장) 등은 인(仁)을 이루는 데 필요한 실천윤리들이고, 이러한 행동윤리가 바탕이 되어야, 그러니까 우선 ‘사람이 되어야’ 학문도 할 수 있다는 얘기쯤 되겠다.
사실 지식이 많다고 하여 그 사람이 과연 배운 사람인가.. 하는 것에 의문을 가질 때가 많다.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고, 남보다 많은 돈을 벌고, 어떤 재주를 내세워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먼저 '사람이 되는 것' 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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