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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나비야8

캔버스시화전에 낸 나의 그림 2022. 8. 31.
달 달이 뜬다. 노란 달이 뜬 어제는 그제 버린 사람 눈썹이 예쁘다 했네 빨간 달이 뜬 그제는 작년에 잊은 사람 입술이 달다 했네 파란 달이 뜬 작년에는 옛날에 잊은 사람 목선이 곱다 했네 하늘에 떠 있는 달이 단 웃음을 지으며 나를 보고 있었네. 달은 내일도 낼모레도 내년에도 뜰 것이네. 달이 진다. 노란 달도 어제 주운 사람도 멀어져 간다. 빨간 달도 그제 찾은 사람도 멀어져 갔을까. 파란 달도 작년에 보았었던 사람도 달 따라 갔다. 캄캄한 하늘에 별도 따라 떨어져 운다. 점점 날을 잃어가며 노랗고 빨갛고 파랗게 이운다. 작년에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고 어제도 그랬듯이 날마다 단 웃음을 지으며 노랗고 빨갛고 파랗게 뜰 것이다. 달이 뜨고 진다. 2022. 3. 28.
꽃기린 꽃기린 너의 눈빛이 작은 눈에 닿아 밟힌다. 눈을 감는다. 너의 긴 목이 내 눈에 밟히고 너의 마음이 내 눈에 밟히고 내 눈에 밟힌 자리가 너의 눈이 되고 너의 간절한 말이 가시로 되어버린 기린아, 너의 작은 손길이 가시가 되어 잡힌다. 손을 오므린다. 너의 긴 목이 내 손에 잡히고 너의 마음이 내 손에 잡히고 내 손에 잡힌 자리가 너의 손이 되고 너의 처절한 말이 가시로 되어버린 기린아, 너의 말이 귀를 찌르고 너의 맹세가 콧잔등을 찌르고 너의 마음이 허공을 찌르며 동그랗게 오므린, 허공에 찔러놓은 말이 이마로 내려와 눈썹에 찔러 넣은, 그립다 보고 싶다 새까만 참말, 허공중에 떠다니다 빨갛게 응어리진 기린아. 2022. 3. 28.
봅니다 봅니다 가만히 봅니다 헤어지자고 나뭇잎에 눈물 한 방울 떨굽니다. 가지 끝에 매달려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오롯이 스밉니다. 우우 소리내어 웁니다 기대어 봅니다 생가지로 피지 못하고 옹이로 굳어갑니다. 꽁꽁 눈물을 껴안고 망부석처럼 얼어붙었다가 사르르 풀어집니다. 부드러운 감촉, 꽃향기의 기운인가 봅니다 헤어진 당신 신발 끝에 몰아서 오는 눈구름 휘휘 저어 놓습니다. 그간 흘린 눈물의 수만큼 눈바람 앞세웁니다. 어느 결에 스민 연민의 낙엽으로 스르르 다가갑니다.촉촉한 발걸음 스미는 바람을 맞습니다. 토도독 발끝에 터지는 봄의 기운, 가만히 기대어 봅니다 2020.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