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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정보담기/[♡]일일일담44

20250122 나혼자/정령 씨앗은 저혼자굴러서 바람과비와흙에묻히고씨앗은 저혼자힘주어땅을 헤치고나와서싹을틔우고싹은 저혼자바람에흔들비에젖고굴러온돌멩이에맞고도싹은 저혼자뿌리에힘주고줄기를곧추세워하늘을향해팔 벌려만세를 부르고잎은 저혼자온몸으로계절을버티고한생을보내며땅으로돌아가제핏줄을감싼다.나는 나혼자씨앗이었다가싹이었다가줄기였다가잎이 되어나는 나혼자모든 걸다 한다. 2025. 1. 22.
20250114 너무 적당히 젖어버렸네/정령 새벽이다.이런 적막한 시간에 잠이 깨었다.휴대폰의 낯익은 이들의 이름과 프로필을 낱낱이 살피고 살피고 살피다 나를 본다.어디서 부터 였을까..바람에 꽃잎이 흔들리듯흔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꽃잎이 흔들리듯 나뭇잎이 흔들리듯비바람에도 온전히 적셔주었다.비가 오면 오는대로바람이 불면 부는대로눈이 오면 오는대로햇살이 비치면 비치는대로젖었다가,흔들리다가,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했다.너무 얼거나 너무 젖어서 허물어지기도 했고,너무 마르고 부서지기도 해 형체도 모를만큼 바스라지기도 했다.적당히 바람이 분 날은 모든 것이 달콤했다.적당히 비가 온 날은 적당히 젖은 채 웃었다.적당히 눈이 온 날은 세상이 모두 좋았다.적당히 햇살이 쬐는 날은 모진 말들 조차도따스했다.살면서 적당히 만큼 좋은 게.. 2025. 1. 14.
20241216 가슴이 안다/정령 하늘이 흐렸다.꼭 누군가 불쑥 만나야 될 것같은 스산함이 감긴다.걸어도 발부리가 무거워 자꾸만 허둥대게 만든다.귀에는 아무말이나 노래도 들리지 않는다.거리 어디를 걸어도 하공중에 동그란 것이 떠 따라온다.온통 둥둥 떠다니며 눈을 껌벅거리게 한다.사랑이다.숨을 멎게 하는 사람이 둥둥 허공중에 떠서 눈앞에서 맴돈다.노래를 들으면 가삿말과도 맞고,라디오를 틀면 사연이 연관되고,책을 읽어도 주인공이 착각을 일으킨다.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도 직결된다.꽃이 피고, 벌이 날고, 새가 지저귀고,바람이 이는,자동차 경적마저도 거슬리지 않는,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조차 설레게 한다.사랑을 하는 일자연스러운 일이다.어디에선가 누구는 애틋할 것이고누구는 토라져 돌아누울 것이다.누구는 꽃을 한아름 살 테고,.. 2024. 12. 20.
20241127 첫눈/정령 설렌다.그 마음을 아는 듯알고 있다는 듯펑펑 쏟아져 내린다.불쑥 솟았다.칼날같이 꽂히던 바람도빗금처럼 스치던 앙금도소복하게 올라왔다.그리고는 하얗게 덮혔다.그게 다였다.붉은 꽃잎도초록 잎사귀도하염없이 쏟아져 내리는 눈발에갇혀 아무말없이 침묵했다.가끔은 침묵이 답일 때가 있다.오늘처럼 덤덤하게 묻어두는 일도 필요하다.그게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24.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