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의정보담기/[♡]일일일담42 20240724 다음날 새벽이었다. 온통 하얀침대, 하얀이불, 하얀벽지, 하얀 바닥에서 평소대로 네시 반 쯤 깨어 하얀커튼을 제끼고 창밖을 보니, 멀리 갯벌만 보이던 바닷물이 코앞까지 다가와 출렁대고 있었다. 거기에 홀려 벗었던 옷을 주워입고 바닷가를 이른 새벽녘에 걸었다. 줄지어 날아다니며 끼룩 거리던 갈매기도 없고 조용한 바다와 내가 한몸이 된듯 모래바닥을 걸었다. 묵직한시름에 짓눌렸던 모래가 굳어서 발자국도 남지 않는 바닷가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내 속에서 옥죄던 그런 규범들도 모두 다 덮이는가. 가리고 싶었던 기억들 모두 굳은 모래 속에 묻으면 바닷물이 쫓아와 몽땅 데려갈테니 묻자 묻어버리자 다짐했다. 그러면서 걸으니 어느새 먼동이 동쪽 산 어귀에서 구름사이로 고갤 내밀고 있었다. 나는 아쉬운대로 컵라면과 햇반을.. 2024. 7. 25. 20240723 비가 잠깐 소강상태였다.차를 가져갈까 말까잠깐 망설였지만 내일을 위해 가져가기로 했다.하지만 차는 이미 주유등이 들어온 상태였다.양심도 없이 문손잡이에는 쓰다버린 휴지가 끼워져 있어 불결했지만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가까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는데, 어설프게 차간 거리가 멀었다.그래서 다시 차를 움직여 가까이 대고, 기름을 넣었다. 모자르지도 넘치지도 않게 적당히 넣었다.그리고는 강화에 있다는 예술극장을 찾아갔다.시간이 넉넉하여 가는 길에 소문난 국수집에서 고기국수를 먹었다. 간단한 한 끼였지만 소고기의 차돌베기가 구수한 육수를 내고, 호박 앙파를 볶아 곁들여서 감칠맛이 나며 담백하고 맛도 과하지 않고 매운 고추양념도 없어 여운이 남았다. 꼭 다시 찾아가 먹어도 되겠다 했다.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는 동.. 2024. 7. 25. 20240706 토요일오후였다. 바람은 시원했고, 하늘엔 먹구름이 끼어 회색빛이었지만, 고대하던 비는 오지 앟았다. 거리마다 플라타너스잎은 춤을 추었고, 바람소리마저 노랫가사처럼 귀를 간지럽혔다. 아무도 가지않은 빈 터엔 덩그러니 놓인 벤취마저도 빙그레 웃는 듯 했다. 그렇게 모든 게 완벽하게 좋은 회색빛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꽃잎인줄 알고 잡으려는데 총총총 가다가 벼룩처럼 튀는 벌레를 보고 놀란 일 빼고는 오늘하루는 시간상으로도 적절했고, 잘 구워진 갯장어에 생강편을 얹고 명이나물 장아찌를 얹어 먹을 때처럼 고소하고, 소주에 맥주를 섞어 마시는 쏘맥처럼 말싸한 날이 되었다. 대만족이었다. 그런데 아까 본 벌레를 인터넷에 물어보니 그 벌레가 갈색날개매미충약충이라고 했다. 작은 꽃잎 같은 게 벌레고 그것이 나무를 마르게 .. 2024. 7. 7. 20240625 나는 부처일까 예수일까)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느꼈던 기분이 이랬다. 그리고 그로부터 8년, 나는 나의 규범들의 틀에 갇혀 5년 동안이나 나를 재웠다. 단순히 재웠다기 보다 나를 확실하게 자신안에 묻어두었었다. 그런데 어느날 내가 이탈리아 어디 숲속을 걷고 난 후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나더니 세상 속에 고립된 나를 발견하고 이러면 이세상 속에 나란 존재는 너무 헛되지 않는가 하는 후회가 밀려오며 나는 나의 마음을 굳게 고쳐 먹었다. 화요일이었다. 하늘은 맑았고 나뭇잎새로 재잘대는 바람도 좋은 날이었다. 특히 나에게는 너무도 행복했던 그런 날이었다. 늘 가까이에 모든 게 있었다. 2024. 6. 25. 이전 1 2 3 4 5 6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