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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정보담기/[♡]일일일담

20241019

by 정령시인 2024. 10. 24.

노래당, 늙음이 오는 집/정령

바람은 선선했다.
아무도 움직이지않는 새벽시간이었다.
달은 하얗게 변하도록 멀리서 해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발길이 가벼웠다.
작은 화분에 국화가 만발했다.
🦋  한 쌍 날아와 주거니받거니
날개를 비비며 서로 가고 오고
꽃에 앉고 일어서고
좋아죽는 꼴에 웃음이 나왔다.
먼 길을 가고 오고 바삐 움직이다가
사뿐사뿐 보금자리를 펼 것이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시간에 나비들은 어느새 알콩달콩 깨를 볶아대는지 쫓는 눈길에도 개의치않았다.
하늘이 파랗다가 구름이 낮게 깔리면서 부슬부슬 잠깐 비를 뿌렸다.
먼데서 손님이 오듯 한걸음씩 오는 모양이 느긋했다.
길가에 플라타너스들의 손짓이 부르는 길따라 움직였다. 도시의 중심에 떡하니 지은 수원화성이 머리를 말갛게 했다. 성곽을 따라 걷다가 연기를 피우던 옛 군사들의 다급한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왕의 행차를 도왔던 시종들의 굽신거리는 행궁에서의 하루가 바빴다.
정조임금도 나이들면 정사를 아들에게 맡기고 돌아와 지내고 싶다면서 노래당이라 짓고 살려고 했다는. 노래당.
꿈이 생겼다.
나이들고 늙어지면 조용한 곳에 둥지를 틀고, 들어앉아 정조임금처럼 노래당이란 이름을 지어놓고 노년을 보내리라.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면서 하루를 보내리라.
그러다가 날 찾는이가 오면 반가이 맞아 술도 한 잔  나누리라.
그리고는 초록이 짙은 숲과, 꽃들이 만발한 들길을 사부작사부작 걸으며 웃어보리라.
인생은 참 아름답고 즐거운 거라고 떠들면서 조잘거리리라.
긴 인생의  행로에서 나이든 삶의 곁을 지킬 이는 누구인가 보았다.
지금 그대가 바로 그다.
그 사람이다.
사랑하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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