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났는데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이었다.
345번 디스크가 도져서 허리가 휠 정도로 걸었다. 보는 이마다 어정쩡하다, 엉거주춤 걷는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어쩌랴 통증이 느껴져 똑바로 걸을 수가 없으니 마음만 조급하고 서글퍼진다.
병원에서 서울대의대를 나온 의사 다 마다하고 한양대의대를 나온 의사에게 검진을 받고 엠알아이도 찍고 근육주사도 맞고 나오는데,
조금씩 걸어도 괜찮다는 말이 어찌 그리 좋던지
목덜미로 땀이 줄줄 흐르는데도 걸었다.
거의 열흘 만의 걸음이었다.
찜통더위가 아까 주사치료 받던 실내보다 따뜻해서 욱신대던 몸뚱이마저 가볍게 느껴졌다.
그대로 꽃집에서 꽃집아저씨한테 무작정 🌸을 주문했다. 하늘빛이 감도는 함박꽃 한 송이와 연두빛이 나는 국화 한 무더기, 그리고 기분좋게 분홍빛이 감도는 카네이션 일곱 송이와 심심함을 메워줄 늘어지는 잎줄기를 포장했다.
나비가 출몰 하는 듯 , 벌이 날아와 꿀을 찾는 듯,
꽃과 꽃줄기 사이, 꽃잎과 맹물사이,
그들을 이어주는 건 몹시 그리워해야 하고 사무쳐해야 함을 그들은 안 걸 까.
한아름 꽃을 안고 나오는 마음이 가벼웠다.
오늘 내 허리가 기분 좋아 아무 말 앓고 턱 현금으로 오만원을 내밀었다.
꽃집아저씨는 오천원이나 깎은 거라고 했다.
뭐 녹색잎이 예쁘게 자라난 작은 커피콩나무도 집어왔으니 그러려니 했다.
사람은 언제나 함께 해야 행복해진다.
포장한 🌸을 챙겨 시화전 화분에 꽂고나니 일일당번인 회원이 사진도 찍어준다.
말 그대로 🦋 가 찾아올 듯 화려하고 좋았다.
저녁도 같이 먹었다. 어쩌면 식성이 나와 그리도 비슷 한지 같이 놀랬다.
걷는 것이며, 많이 안 먹는 거며, 치매걸린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나누면서 서로 통한다는 점에 웃음이 났다.
무엇엔가 통하는 게 있다는 사실이 소중하고 즐거운 하루였다. 서로에게 관심을 갖자며 번호도 주고 받았다.
우리는 그렇게 마음을 주고 받았다.
∑령의정보담기/[♡]일일일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