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새벽이었다.
온통 하얀침대, 하얀이불, 하얀벽지,
하얀 바닥에서 평소대로 네시 반 쯤 깨어 하얀커튼을 제끼고 창밖을 보니, 멀리 갯벌만 보이던 바닷물이 코앞까지 다가와 출렁대고 있었다. 거기에 홀려 벗었던 옷을 주워입고 바닷가를 이른 새벽녘에 걸었다.
줄지어 날아다니며 끼룩 거리던 갈매기도 없고 조용한 바다와 내가 한몸이 된듯 모래바닥을 걸었다.
묵직한시름에 짓눌렸던 모래가 굳어서 발자국도 남지 않는 바닷가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내 속에서 옥죄던 그런 규범들도 모두 다 덮이는가.
가리고 싶었던 기억들 모두 굳은 모래 속에 묻으면 바닷물이 쫓아와 몽땅 데려갈테니 묻자 묻어버리자 다짐했다.
그러면서 걸으니 어느새 먼동이 동쪽 산 어귀에서 구름사이로 고갤 내밀고 있었다.
나는 아쉬운대로 컵라면과 햇반을 사서 즐거운 아침을 대신했다.
바다는 언제나 부처처럼 진리를 펼쳐놓는듯이 여겨진다.
바다를 맞대고 있는 하늘도 인생의 고뇌를 펼쳐 서로가 맞대고 수근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멀리 수평선을 보면 언제나 한 손은 무릎에 또한 손은 접어 볼 옆에 둔 부처가 그래 그런거지 인생을 달관하듯 대답하는 것처럼 여겨져 바다를 보게된다.
그래서 바다에 오면 늘 마음이 누그러지고 편안해지며 다음 삶에도 자양분이 되어준다.
소탈한 아침을 맛깔스럽게 먹으면서 깨닫는 소중한 삶의 진리.
언제나 바다는 옳다.
특히 내게는 그렇다.
∑령의정보담기/[♡]일일일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