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잠깐 소강상태였다.
차를 가져갈까 말까
잠깐 망설였지만 내일을 위해 가져가기로 했다.
하지만 차는 이미 주유등이 들어온 상태였다.
양심도 없이 문손잡이에는 쓰다버린 휴지가 끼워져 있어 불결했지만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가까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는데, 어설프게 차간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다시 차를 움직여 가까이 대고, 기름을 넣었다. 모자르지도 넘치지도 않게 적당히 넣었다.
그리고는 강화에 있다는 예술극장을 찾아갔다.
시간이 넉넉하여 가는 길에 소문난 국수집에서 고기국수를 먹었다. 간단한 한 끼였지만 소고기의 차돌베기가 구수한 육수를 내고, 호박 앙파를 볶아 곁들여서 감칠맛이 나며 담백하고 맛도 과하지 않고 매운 고추양념도 없어 여운이 남았다. 꼭 다시 찾아가 먹어도 되겠다 했다.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리는 동안 차창을 열어 소리도 질렀다.
답답하고 무엇엔가 눌린듯한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을 느꼈다.
산골짜기에서 나고 자라고 했던 내가 어찌 그리도 바다를 좋아하는지.
바다를 바라보며 있는 극장에는 잡풀이 가득하여 살피지않으면 지나치도록 허술한 모양새였다.
그래도 예약한 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아 바닷가를 산책하였다.
그 하늘에 헬리콥터가 쌍으로 빙빙 돌며 산책하는 내내 머리위에서 윙윙 시끄럽고 귀찮게 굴었다.
어설픈 파란색과 빨간색 몸통을 가진 놈들 둘이서 돌아댕기면서 돌았다.
하지만 그것조차 나를 반기는것처럼 즐겁게 받아들여줬다. 그래서 그런지 걷는 동안은 심심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여겼다.
아무튼 시간이 임박하여 극장에 들어서고 예약 명단을 확인하더니 음료수와 빵을 구워주어 잠시 숨을 돌렸다.
영화는 늑대의 일상을 알래스카라는 한정되고 고립된 장소에서 6개월 동안 생활하며 관찰한 기록의 영화였다.
늑대들은 가족이 따로 모여 살며 한쪽이 죽으면 다른 한쪽이 그곁에서 죽을 만큼 지고지순한 동물이며, 또 가족이 없어 남은 새끼들은 또다른 늑대들이 데려가 키워주는 의리의 동물이라는 것.
그 속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비열한 행동들은 참 늑대보다 못한 한심한 동물이라는 것.
끝나도록 늑대의 굳건한 눈동자가 뇌리에 남았다.
그리고 하루의 해가 넘어가는 동막의 데크길 산책로에서 갈매기떼의 잠을 깨웠다.
데크길 아래에서 비밀스런 나의 돌발행동에 놀란 바닷물도 철벅거리며 웃어주었다.
노을이 바다끝 쪽에서 윤슬을 빛낼 때 잠깐이지만 내일은 해가 뜨리라했다.
부드러운 전복의 변신으로 나의 구미는 오늘도 소주에 맥주를 당겼다.
버터에 잘구워진 칼집낸 전복.
약간 모자르다싶으면 알밥이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즐거운 비명으로 입안도 몸도 행복하게 마무리 되었다.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는 시간.
정말 하찮은 내 인생같지만 오늘 갚지게 보냈으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