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가
나팔꽃이 능구렁이처럼 붉은 벽돌담을 넘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여름내 꽃을 피운 엉겅키들도 홀씨들을 나풀나풀 날리고 있다.
사람은 무엇을 위하여 안간힘을 쓰나.
개 네 마리를 끌고 안고 가는 일인가.
어제 배달한 빈그릇을수거 하려고 오토바이에 빈 바구니를 싣고 달리는 일인가.
가족들의 성화에 못이겨 쌍지팡이를 짚고 걷는 일인가.
보행기를 끌고 걷는 일인가.
학생들은 가방을 메고 간다.
버스는 아스팔트위를 씽씽 달려간다.
신호등이 빨갛다.
서쪽하늘에 노을도 붉어지고 있다.
내마음도 왠지 달아올라 신호등이 길게 느껴진다.
마믐은 날아올라 벌써 꿀을 빨고 있는 벌이 된다.
세상에서 벌처럼 일을 많이 하는 생물이 또 있을 까.
오로자 여왕벌에게만 충성하고
새끼들을 보호하기위해 자기의 하나뿐인 목숨도 아낌없이 줄 줄 아는 멋쟁이.
벌 한 마리가 1Kg의 꿀을 모으려고 57만송이의 꽃을 찾아가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렇게 찾아다니는 벌의 비행이 지구 네 바퀴를 돈 것과 같다니.
놀랍다.
지금 나는 그 벌중 한 마리가 되어 날고 있다.
아무리 먼 곳일지라도 단 꿀이 넘치는 꽃밭이라면 날아간다.
가서 꿀을 따고야 만다.
노을이 점점 더 붉어진다.
노을 속에서 사람은 벌 보다 어리석고 꽃보다 항기롭지않다.
하지만 사람은 살을 맞대고 만지고 안으면 외롭지 않다.
삶의 향기는 사람냄새가 나야한다.
가자, 사람 냄새 나는 곳으로.
나는 신호등이 파랗게 되면서 페달을 밟았다.
∑령의정보담기/[♡]일일일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