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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에 관한 시

by 정령시인 2011. 7. 18.

쥐 / 김기택

 


구멍의 어둠 속에 정적의 숨죽임 뒤에

불안은 두근거리고 있다

사람이나 고양이의 잠을 깨울

가볍고 요란한 소리들은 깡통 속에

양동이 속에 대야 속에 항상 숨어 있다

어둠은 편안하고 안전하지만 굶주림이 있는 곳

몽둥이와 덫이 있는 대낮을 지나

주린 위장을 끌어당기는 냄새를 향하여

걸음은 공기를 밟듯 나아간다

꾸역꾸역 굶주림 속으로 들어오는 비누 조각

비닐 봉지 향기로운 쥐약이 붙어 있는 밥알들

거품을 물고 떨며 죽을 때까지 그칠 줄 모르는

아아 황홀하고 불안한 식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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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 김광림

 

 

하나님

어쩌자고 이런 것도

만드셨지요

야음을 타고

살살 파괴하고

잽싸게 약탈하고

병폐를 마구 살포하고 다니다가

이제는 기막힌 번식으로

백주에 까지 설치고 다니는

웬 쥐가

이리  많습니까

사방에서

갉아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신 헐뜯고

야단치는 소란이 만발해 있습니다.

남을 괴롭히는 것이

즐거운 세상을

살고 싶도록 죽고 싶어

죽고 싶도록 살고 싶어

이러다간

나도 모르는

어느 사이에

교활한 이빨과

얄미운 눈 깔을 한

쥐가 되어 가겠지요

하나님

정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