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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자자,나비야

제3시집<자자, 나비야>

by 정령시인 2019. 12. 4.

 

 

 

리토피아포에지?96
자자, 나비야

인쇄 2019. 11. 15 발행 2019. 11. 20
지은이 정 령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2162 인천 남구 경인로 77(숭의3동 120-1)
전화 032-883-5356 전송 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123-8 03810

값 10,000원

 

1. 저자


정령 시인은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연꽃홍수, 크크라는 갑이 있으며, 전국계간지작품상을 수상했다. 막비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 자서

바람의 고요가 귓바퀴를 간질인다.
외로운 고요가 적막한 고요를 낳는다.
꽃잎이 물 달라 조르는 소리도 들린다.
초록잎이 햇살에게 생떼 부리는 소리도 들린다.
 모음과 자음들의 어리광도 들린다.
  모든 소리들이 고요 속에 뿌리 내리고
적막한 고요 속에 묻힌다.
호접몽胡蝶夢이 날아간다.
잇자국 남은 사과를 애벌레 한 마리가
아사삭 깨물고 있다.

2019년 가을
 정 령

 

3. 목차

차례

제1부 천상천하 꽃천지
낚시  13
널 위해 남겨 줄게  14
다 꽃  15
누에섬  16
고양이가 물고 간 잠  17
정령들  18
천상천하 꽃천지  20
별이 된 아내와 별리別離  22
싸락눈  23
포우의 시와 술잔  24
닭들의 복날  25
미루나무  26
상사화  27
씨앗들이 돌다가  28
꽃기린  29
사과의 꿈  30
달  31
꽃잠  32
채송화  33

 

제2부 지나간다
게들끼리 요즘은  37
두더지 잡기  38
하늘도 숨차서  39
지나간다  40
귀향―영화를 보고  41
모란의 기억으로 말하다  42
호박씨를 까다  43
팡 터진 꽃이야  44
술 취한 사회  45
날아든다  46
사과를 기다리는 사과  47
어머나, 견공님  48
스프링  49
바라기들  50
숲, 역, 집, 비둘기집  51
달의 갱년  52
한련화  53
그 개미들  54
밤을 훔치는 도둑  56


제3부 자자, 나비야
오후 한 시의 파도  59
봄  60
등대  61
봄비의 유혹  62
어쩌다  63
자자, 나비야  64
쑥부쟁이  65
즐거운 쉰  66
적요  67
말라 마르지모―치매입담·1  68
군자란―치매입담·2  69
붉은 버지니아풍년화―치매입담·3  70
하얀 홀아비바람꽃―치매입담·4  71
노란 애니시다―치매입담·5  72
봄맞이꽃―치매입담·6  73
백목련  74
산머루  75
능소화는 보고 있었지  76
네 덕분에  78

제4부 기러기가 전하는 안부
자목련  81
여월 숲의 외딴집―아이들의 노래·1  82
바람이 만난 바람―아이들의 노래·2  84
파래진다면 춤출래―아이들의 노래·3   85
까치밥―아이들의 노래·4  86
꾀꼬리―아이들의 노래·5  87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별―아이들의 노래·6  88
꿈을, 그림―아이들의 노래·7  89
이러면 좋겠네―아이들의 노래·8  90
오잎클로버  91
기러기가 전하는 안부  92
바람의 맛  93
노란 서점에서 시를 읊다  94
봅니다  95
환장해분다잉  96
시의 수적 논리  97
꽃무릇  98
상사병에 걸린 시간  99
알기는 알아 100
해설/손현숙 정령, 상징 혹은 행간의 부름 101
     ―정령의 시세계

 

4. 평가

정령의 시들은 따뜻한 상징과 감각의 향연이다. 그가 혹은 그녀가(필자는 정령 시인을 만난 적이 없다) 불러오는 상징의 대상들은 모두 삶과 연관되어 있는 듯하지만, 그 행간을 따라가다 보면 삶도 죽음도 아닌 중간의 어느 부분에서 아주 낯선 시선으로 대상을 시각화 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 대상을 바라보는 그 행간에는 연민이나 자기애적인 집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영혼의 대답을 기다리는 공간의 모습처럼 꽉 차있지만, 또 텅 빈 것처럼 담담하다. 그것은 마치 아주 낯선 정신의 기능이나 작업처럼 감각을 동원한다. 그 말을 뒤집어보면 지적이고 정서적인 정령의 시들은 경계 저쪽을 말하면서도 그 행간에서는 반드시 삶, 즉 지금 여기를 역설적으로 이야기 한다. 그것은 행간을 초월하는 영혼의 대상들이 유령이나 모습 없는 모습으로 현현 하는 출몰의 형태가 아니라, 살아있는 분명한 모습으로 도래하여 오늘을 직접 간섭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령의 시들은 허황되지도 않고 애매나 모호함의 미로를 벗어나서, 그러나 삶의 힘찬 모습을 가감 없이 그대로 나타내어 보여준다.

 

5. 본문

낚시

 


우주에 조각배를 띄우고 신들이 모여 사는 별로 가는 거야 거기서 신들이 가꾸는 푸른 꽃밭에 한 올 머리칼을 심는 거지 캄캄한 어둠 속에 서서 푸른 꽃밭에 물을 뿌리고 신들이 춤을 추면 까딱까딱 머리칼에서 꼬물거리는 뱀이 혀를 날름대다가 춤을 추던 신들의 발목과 허리와 온몸을 서리서리 감아 올라가지 별이 흔들리고 달이 흔들거리고 우주가 흔들려 기우뚱거리면 네 머리에 난 머리카락을 한 번 더 던져보는 거야 출렁거리는 우주가 잠잠해지면 바로바로 푸른 꽃들이 나풀나풀 꽃잎을 떨구고 서서히 몸이 풀린 신들이 안도의 숨을 뱉지 뱉어낸 숨으로 뱀들이 푸른 꽃밭에 알을 낳으면 떨어진 꽃잎이 알을 품지 춤추던 신들이 입김을 뱉을수록 알들은 커지고 뱀들은 허물을 벗고 더 커지지 다 자란 뱀들은 신들의 입김에 연기처럼 사라지는 거야 그 순간 냉큼 별을 낚고 달을 낚고 우주를 낚는 거지 그때 너는 나를 낚아.

 

 

 


널 위해 남겨 줄게

 


온 밤 바람은 불고 달빛은 어른대며 우렁우렁 흐느꼈다.

 

무른 감 하나 풀썩 눈밭에 떨어지자 깡마른 토끼가 날름 까만 감씨만 남았다.

 

진작 내어줄 걸, 바람이 눈밭을 지나다가 감씨 하나 나뭇잎으로 덮으며 중얼댄다.

 

 

 

 

다 꽃

 


꽃이 피지 않았다면, 가로 누워 일자로 내려오는 빗물에 흠씬 젖다가 오목한 눈으로 아래로만 보다가 어느 밤 검은 날개를 펼치고 어두운 세상을 곤두박질치다가 깊은 바다에서 낙조처럼 잠영을 하고 있을 거였다
꽃이 핀 후, 처진 내 입이 동그라지고 오물오물 아기새들처럼 벌어진다는 게 이슬이 아롱지고 바람이 재잘대는 소리에 내 눈이 반짝인다는 게 붉은 이사빛*에 매일매일 내 몸이 흔들린다는 게 다 꽃, 꽃이기에 꽃이기로.

 

* 이사빛 : 이른 아침에 뜨는 따사로운 햇빛이라는 순 우리말.

 

 

내시집이 세번째로 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