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락눈 / 정 령
소리도 없이 눈치도 없이 오는 듯 안 오는 듯 풀풀
싸락눈 날리는 날 꼬르륵 소리가 먼저 대문을 열었습니다.
쌓이지도 않은 눈길에 미끄러진 어머니의 낡은 신발
겨울눈 다 녹도록 툇마루 밑에서 끙끙 앓았습니다.
방학 내내 아버지 작업복 꼬질꼬질 땟자국 덜 지워지고
연탄불 꺼트려 오밤중 눈 비비고 일어나 부지깽이 들고
밥 짓다가 엎어져 울며 엄마노릇 하던 기억이 싸락싸락
소리도 없이 눈치도 없이 오는 둣 안 오는 듯 풀풀
치매 걸린 어머니 신발 위로 아득한 이야기 계속 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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