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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책

시집읽기- 박선희[그늘을 담고도, 환한]

by 정령시인 2021. 5. 26.



우리는 어떤 삶이
"온 맘을 다해"
"견디던 날들"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가 인간 삶의 결정적인 순간을 잉태해야 한다는 당위가 전제되어 있다. ㅡ 문신의 시해설 중에서

박선희시인의 햇살이 드는 아담한 집을 보았다.
피아노 선율을 따라 내몸을 맡기고
흥얼흥얼 읊조리듯 시어들을 혀로
굴리다보면,
우리몸의 신체적 결여는
눈으로 보이는 겉모습일뿐
시인의 마음에는 온통
관심과 사랑으로 가득차오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시감상)

위한다는 일

새끼들 태어나자마자 잡아먹혀
어미만 따로 유리그릇에 옮겼다
출산이 임박한 물고기
어항 속을 휘젓고 다녔다

낯선 횐경으로 위협을 느꼈던 거야
뱃속의 새끼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겠지
온몸으로 뛰어오른 높이가
낭떠러지가 될 줄
죽음에 이를 줄

바닥은 굳어가는 죽음을 받아안고 떨고 있었다
행여, 돌아올까 무리 속에 넣어 보지만
힘겹게 숨결 흐려지는 중이었다
위한다는 일이 죽음에 이르게 하다니

축축한 몸이 말라가는 동안
제 목숨 캄캄해지는 줄도 모르고*
고요를 끌어안은 어미
새끼들에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

깜깜하고 깜깜한데
너는 내 눈 속을 헤집으며
밤낮으로 뛰어오르고 있다

*김충규 시인의 시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