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여성문학회 시화전
<시가 있는 앞치마 & 토분>
내 앞치마와 토분 아닌 그냥 화분.
시,
차 한 잔,
그리고
아카시꽃 한 움큼
아카시 꽃 한 움큼 /정령
이파리 떼어내던 동이가
손이를 보고 말더듬이 되었지.
말을 더듬거릴 때마다 한 움큼
입에 털어 넣던 꽃이었지.
떠들지도 않고 장난도 안 칠게
공부도 하고 책도 읽을게.
아카시나무 그늘에서 한 다짐
더듬거리며 맹세를 했다지.
눈 감은 동이한테 순이 대신
벌이 날아와 대답하듯 쏘았지.
퉁퉁 불거진 입술로 학교에 온 날
순이는 깔깔 웃었다지.
아카시 꽃 한 움큼 말더듬이 동이가
입안 가득 넣었다지.
그늘진 순이도 한 움큼 입에 넣고
동이보다 크게 웃었다지.
아카시 꽃내가 풍기는 날이면
웃음소리가 자지러졌다지.
차 한 잔 /정령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우리는 웃음이 납니다
한 모금을 축이고
서로의 세상을 다 마십니다
집 나간 남자가 남기고 간 자식도
제 갈 길로 떠났습니다
두 모금을 마시고
우리는 모두 느긋해집니다
차 한 잔이 사람을
웃겼다 울렸다 가지고 놉니다
여자의 흰 머리카락 한 올
주름살 끝에서 흔들거립니다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우리는 콧노래를 흥얼댑니다
기나긴 여정이 한가득 일렁입니다
희끗한 차 한 잔 헤벌쭉
지난한 삶을 주워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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