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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이랑놀기♬/[♡] 꺼리랑

짧은병원생활........미래맘이야기

by 정령시인 2007. 10. 17.

첫째날....

오후두시반, 입원수속을 끝내고 병실에 입실했다.

미래는 병원에 입원한다는 긴장감으로 몸이 많이 굳어있었고,

나또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조차 없이 지친 몸으로 입원준비를 했었고,

537호실에 입원했다.

도착하자마자 먹은 삼각김밥과 쏘세지탓에 검사가 늦게야 이뤄졌다.

그리고는 금식...

덩달아 엄마인 나도 먹질 못하고....

그로 부터 시작된 피검사...

삼십분마다 진행된 피검사로 미래는 허옇게 얼굴색이 변해갔고,

빨갛던 입술도 희다못해 푸루죽죽해져 갔다.

밤 열한시가 되어서야 금식이 해제되었고 조금이라도 먹여 재워야했기에,

편의점에서 사온 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금식....

둘째날......

밤열두시부터 다시 진행된 피검사로 인해 미래와 나는 거의 잠을 설쳐야했고,

검사는  낮열두시 반까지 진행이 이뤄졌다.

그래도 미래는 잘 버티어주었다.

그리고는 점심먹고 할 수있는 안과 이비인후과에서의 청력검사, 그리고 산부인과 검사...

오후 검사를 마치고 병실로 돌아온 미래도 나도 지쳐 간신히 저녁을 먹고,

미래는 부족한 잠을 잤다.

저녁이 되어 병원에 오마하고 7시에 전화를 한 아빠가 잠이 들었었다면서 밤 아홉시반이 되어서야

지친 몰골로 병실문을 들어섰다.

그 모습이 얼마나 얄밉고 보기싫은지 얼굴도 안보고 얼른 도로 집에 가라고 톡 싸버렸다.

자궁과 난소가 성장을 멈춘채 자라지 않았다는 의사의 진단에도 서럽지않던 내가,

무관심한 듯한 남편의 태도에는 말도못하게 서운하고 화도나서참을 수가 없었다.

아 정말 얄미운 사람!!

셋째날.....

검사란 검사를 모두 마치고 집에 오는 길.....

청력검사에서 못 한 검사를 외래를 통해 다시하기로 하고 집으로 오는데,

다리 힘이 빠져서 신자를 불러 차를 좀 태워달랬더니 흔쾌히 차를 가지고 와줘서

편하게 집에 왔다.

긴장이 풀린 탓일까 미래는 벌써 잠이 들었다.

산넘으면 산 ..... 첩첩산중이라 난 잠을 청하려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청청벽력처럼 여자아이가 자궁과 난소가 거의 없는거나 다름없다는 소리에도 놀라지않다니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어이가 없다.

또 어떤 산이 기다릴지.......

산은 넘어봐야 그 속을 알 것 아닌가.

여태도 산이란 산은 다 건너보고 한 것같은데....

처음엔 후두가 약해서 먹질 못했고,

두번짼 망막이 손상된 채로 태어나서 시력이 급격히 안좋다는것과,

세번짼 발달이 늦은거라여겼던 것과는 달리 정신지체 판정을 받아서 정신지체 장애인2급등록이 되어있고,

네번짼 상상하지도 생각지도 않았던 자궁과 난소가 유아기때 수준으로 성장이 멈춰버려있다니.

이보다 더 얼마나 더 큰 산이 있을까?

외형이 여자인데 속은 텅비어버린 껍데기라니,

여자도 남자도 아닌, 게다가 성장도 멈춰버린 상태라니.......

빈웃음만 허하게 남는다.

빈가슴만 허하게 쳐댄다.

여성홀몬제를 쓰면 자라지않던 자궁과 난소가 자라게 될까?

그것도 지금은 보장이 어려운 상태라는데......

더이상 엄마라는 이유로 들이밀고 도와줄 수 있는 한계가 다 한것 같은 처참한 이기분....

갑갑하고 답답하고 막막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