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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ㅎ`은 카멜레온 같기도,투명 인간 같기도 해

by 정령시인 2007. 11. 5.
'ㅎ'이두번째 음절 첫소리가 되면 '국화[구콰]'처럼 거친 소리 만들어
'끓는[끌른]' · '낳은[나은]'처럼 자신을 감추기도


카멜레온은 환경에 따라 몸 빛깔을 자유롭게 바꿈으로써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도 하고 먹이를 사냥해서 고픈 배를 채우기도 한다. 카멜레온은 위장술의 대가다. 위장이라고 하면 몸이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자음 ‘ㅎ’이 왜 카멜레온 같기도 투명 인간 같기도 할까?
‘ㅎ’은 예사 소리이면서 목청 소리이다. 가만히 입을 벌리고 ‘흐’할 때 나는 소리이다. ‘학’또는 ‘해’처럼 음절의 첫소리에서 ‘ㅎ’은 자신의 음가를 갖는다. ‘하하’하고 웃을 때나 ‘호들갑’을 떨 때도 마찬가지로 ‘ㅎ’은 일정하게 자신의 소리를 유지한다. 그런데 이 ‘ㅎ’이 두 번째 음절의 첫소리가 되면 ‘국화[구콰]’, ‘숱하다[수타다]’, ‘입학[이팍]’, ‘밟히다[발피다]’처럼 앞글자의 받침과 결합해서 거친 소리를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ㅎ’이 받침이 되면 사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먼저 ‘놓고[노코]’, ‘많고[만코]’, ‘앓지[알치]’, ‘쌓지[싸치]’처럼 뒤에 오는 소리를 거칠게 만들기도 하고, ‘닿소[다쏘]’, ‘많소[만ː쏘]’ ‘싫소[실쏘]’처럼 뒤에 오는 ‘ㅅ’을 된소리로 변신시키는가 하면, ‘놓는[논는]’, ‘쌓네[싼네]’처럼 자기 자신이 ‘ㄴ’ 발음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ㅎ’은 카멜레온이다.

여기까지만 봐도 ‘ㅎ’의 발음은 몹시 복잡하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끊는[끈는]’, ‘끓는[끌른]’, ‘낳은[나은]’, ‘쌓이다[싸이다]’, ‘많아[마ː나]’, ‘닳아[다라]’처럼 아예 몸을 감추는 경우도 있다. 몸을 감추는 경우에는 투명 인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리하면 ‘ㅎ’은 카멜레온 같기도 하고 투명 인간 같기도 하다.

“뭐가 그렇게 복잡해요? 그냥 대충 발음해도 되지 않아요?”

이렇게 묻는 독자도 있겠지만, 대답은 “되지 않아요.”다. 왜냐하면 ‘맏형[마?]’를 [마뎡]으로 발음하고 ‘앓던[알턴]’을 [알던]으로, ‘놓고[노코]’를 [노고]로, ‘낳은[나은]’을 [나슨]으로 발음한다면 “철수는 [마뎡]과 치과에 가서 오랫동안 [알던] 이를 뺐다. 영희는 바구니를 내려[노고] 갓 [나슨] 달걀을 주워 담았다.”처럼 아주 이상한 말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주위를 살펴보니 ‘ㅎ’의 발음만큼은 표준 발음법 제12항의 내용을 알건 모르건 대부분 ‘대충’ 잘 하고 있었다. ([ ]안은 발음) /정재환(방송인ㆍ한글 문화 연대 부회장)





출처 : 해처럼 밝게 별처럼 빛나게
글쓴이 : 별우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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