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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3

시감상/문정희-보고 싶은 사람 필자인 나도 구십이 가까운 노모가 계시다. 치매가 중증이라 뭐가뭔지 모르고 마냥 다 고맙다 잘한다 누구냐 매번 궁금해하며 묻는 게 일상이지만, 그렇게라도 말씀을 하시는 것이 살고 있다는 증거가 되니 다행으로 여기고 지내는 실정이다. 죽음이 임박한 어머니인들 백세가 코앞인 어른인들 어찌 어머니가 안 보고싶으실까? 문정희시인의 어르신도 죽음이 임박해서는 현실을 잊고 어린소녀가 되는 가보다. 2024. 1. 14.
멸치/김기택 멸치/김기택 굳어지기 전까지 저 딱딱한 것들은 물결이었다 파도와 해일이 쉬고 있는 바닷속 지느러미의 물결 사이에 끼어 유유히 흘러다니던 무수한 갈래의 길이었다 그물이 물결 속에서 멸치들을 떼어냈던 것이다 햇빛의 꼿꼿한 직선들 틈에 끼이자마자 부드러운 물결은 팔딱거리다 길을 잃었을 것이다 바람과 햇볕이 달라붙어 물기를 빨아들이는 동안 바다의 무늬는 뼈다귀처럼 남아 멸치의 등과 지느러미 위에서 딱딱하게 굳어갔던 것이다 모래 더미처럼 길거리에 쌓이고 건어물집의 푸석한 공기에 풀리다가 기름에 튀겨지고 접시에 담겨졌던 것이다 지금 젓가락 끝에 깍두기처럼 딱딱하게 집히는 이 멸치에는 두껍고 뻣뻣한 공기를 뚫고 흘러가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에는 아직도 지느러미가 있고 지느러미를 흔드는 물결이 있다 이 작은 물결이 지.. 2023. 4. 17.
인천뉴스(2018, 5, 4)/시감상 초록의 오월에서 꿈을 퍼내는 시인, 남태식 장종권 승인 2018.05.04 11:02 댓글 0 글씨키우기 글씨줄이기 메일보내기 인쇄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카카오스토리 오월, 초록 미처 다 피우지 못한 어수선한 조증의 꽃 덜어진 밑자리를 서성이다가, 되돌릴 과거는 기억조차 가뭇한 데 벼락처럼.. 2018.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