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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3

그릇/ 정령 시집[연꽃홍수]중 108쪽 그릇/정령 어머니가 우신다. 무명 치맛자락 동여매고 화전밭 일구시던 마디 굵은 손으로 뚝뚝 눈물 훔치시다가, 이 빠진 시엄씨 호령에 꿀꺽 그마저 삼켜버린다. 호리호리한 며늘아기 볼 때마다 쓰다듬고 다독이더니, 손주딸 품에 안고 지금처럼만 하면 된단다. 훌훌 털어보내시니, 금지옥엽 내 아가 아까워서 어쩔꺼나. 벙어리 귀머거리 눈봉사로 살지 말고, 쏟아내고 넘치도록 퍼주면서 살라고, 문간에 나와 손 흔들어 배웅하니 어머니 마음만 타들어간다. 2023. 6. 6.
싸락눈 싸락눈 / 정 령 소리도 없이 눈치도 없이 오는 듯 안 오는 듯 풀풀 싸락눈 날리는 날 꼬르륵 소리가 먼저 대문을 열었습니다. 쌓이지도 않은 눈길에 미끄러진 어머니의 낡은 신발 겨울눈 다 녹도록 툇마루 밑에서 끙끙 앓았습니다. 방학 내내 아버지 작업복 꼬질꼬질 땟자국 덜 지워지고 .. 2020. 3. 18.
꽃달력/정령시집[연꽃홍수]중 48쪽 꽃달력/ 무수한 해와 달이 있고 작은 꽃 예쁜 꽃들이 웃습니다. 아침저녁 색색의 꽃들이 연이어 피어납니다. 약 먹은 숫자가 무성하게 자라 꽃으로 피어납니다. 아침이 짝수이면 저녁도 짝수여야 합니다. 아침이 분홍이면 저녁도 분홍입니다. 알록달록한 꽃 숫자가 같아야 합니다. 약봉지.. 2014.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