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4.목.맑은 날
국수와 주먹밥
시청에 계약직서류를 제출하고 시간이 어중간해서 근처 식당에 국수를 먹으러갔다.
워낙에 국수를 좋아하다보니 평소에도 자주 해먹기도 하고, 몇몇 맛집을 꿰고 있어 사먹는 것도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사람들이 많은걸 보니 꽤나 맛있는 집인가보다 하고 들어가 멸치국수하고 매운주먹밥을 시켰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번호표를 받고 자리에 앉아 기다려보니 기대도 좀 되어 맛있게 먹고 출근해야지 했다.
드디어 나온 국수랑 주먹밥.
김을 너무 발라 김뭉치인지 주먹김밥인지 외관상 조금 아니었다. 먹고나서 꼭 칫솔질을 해야겠다는 부담감을 안고 국수먼저 한 젓가락 후루룩 했는데, 왜 밀가루냄새가 나지?
처음 경험이었다. 여태 나는 내손으로 안 만들고 먹는 것은 그 수고가 고마워서라도 왠만한건 다 맛있다고 느꼈었는데, 젓가락질을 더 해봤다. 밀가루냄새든 뭐든 내가 삶아서 해먹던 구수한 국수맛은 아니었다. 일단 국물에 비릿한 멸치맛이 너무 강하고, 국수는 찬물에 헹구지않은 건 지 면발이 찰기도 없고 탱탱하지도 않았다.
다음은 주먹밥. 참치에 삭힌 고추가 다져져 뭉쳐있다. 뭐지? 왜 이런 발상으로 음식을 했을까 싶었다.
거기다 맵기는 커녕 소금에 삭힌 고추맛이라 의아스러워서 직원에게 물었더니 이게 매운맛이라 삭힌 고추를 넣은 거란다. 이런 어처구니없게스리! 내가 아무리 남의 손 빌려먹는 음식을 안가리고 다 감사하며 잘 먹는 사람이라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가뜩이나 싱거워진 입맛에 짠맛으로 삭힌 고추가 들어간 주먹밥이라니,
칼칼하게 매운맛을 제대로 즐길수가 없지않은가!
청량고추가 너무 그리워서 고추가루라도 달랬더니 무늬만 고추가루지 맵지도 않았다.
난생 처음 음식을 남겼다. 그것도 내 돈 주고 사먹는 음식을,
거기다 좋아하는 국수였는데도 반 이상이나.
주먹밥도 최악이었다. 삭혀도 맛있게 삭힌 거라야지 정말 고추망신이다.
난 칼국수집에 가면 가끔 나오는 삭힌고추 다진 고명을 안좋아한다. 고추는 싱싱한 그대로 다지거나 해서 고명으로 쓰거나, 금방 씻어서 고추장 혹은 된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면종류에는 삭힌고추를 다져 넣는 것 보다는 싱싱한 청량고추를 다져 넣어야 칼칼하면서 얼큰하고 시원한 맛을 제대로 느낄수 있다. 된장찌개에도 콩나물국에도 라면에도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나트륨 억제를 강조하는 요즘에는 간장이나 소금에 삭히기보다 식초를 섞어 새콤한 맛을 가미하여 삭혀 먹는 게 건강에도 좋다.
음식을 만들고 대접하는 게 직업인 사람들은 특히 더 이런 건강한 조리법을 응용하여 음식 본연의 맛을 살려야 한다.
'∑령의시인바람♬ > [♡] 령이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집받고 답문 (0) | 2015.06.23 |
---|---|
선물받은 날-150108 (0) | 2015.01.08 |
장애인이 직접 말해야 뗄 수 있다?(-시청 민원접수) (0) | 2014.05.15 |
설악산 산행 (0) | 2011.11.05 |
삼촌이랑 자전거타기 (0) | 2011.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