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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꽃, 피다/ 게재-이병렬/네이버블로그(펌)

by 정령시인 2017.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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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피다


정   령


   쇼윈도우 마네킨 같이 연지곤지 찍고 백옥 같이 하얀 드레스 걸친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문 안에 붉은 꽃들이 핀다.


   푸른 연잎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진흙탕 속 내밀한 사정이 가려질까? 까맣게 타들어간 연밥 속 서리서리 타고 들어가 본들 여물지 못하고 구멍 숭숭 뚫린 채 연근, 혼탁한 방 안 밤꽃 향기 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새빨간 루즈 바르던, 동생들 학비 벌려고 애쓰던, 첫사랑 버림받고 눈물 흘리던, 호된 날에 신물이 난, 그녀들. 그 곳을 빠져나오고 있다.

 

 

십여 년 전인 20049월부터 흔히 성매매특별법이라 일컫는 법이 시행되었다. 이를 계기로 청량리 588, 미아리 텍사스, 인천의 옐로우하우스, 파주의 용주골…… 등 전국의 사창가가 문을 닫았고 종사하던 여성들이 일터를 잃었다. 세계 역사상 첫 번째 작업이었다는 성매매는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오늘날 그전보다 더 은밀하게, 음성적으로, 변칙적인 방법으로 주택가까지 파고들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시인은 이들 사창가 여성들을 연꽃으로 환치시킨다. 그리고 그들의 내면세계와 숨겨진 사생활을 천착한다. 화장을 하고 쇼윈도우 마네킨 같이늘어서서 지나가는 남정네를 유혹했던 그들을 유리문 안에 붉은 꽃들이 핀다고 그려낸다. 그러나 그들의 진흙탕 속 내밀한 사정은 감출 수 없는 것이다. 남성의 정액 냄새에 비유되는 밤꽃 향기가 가득한 그들의 일터 - ‘구멍 숭숭 뚫린 채 연근, 혼탁한 방까지 드러낸다.


그들은 동생들 학비 벌려고 애쓰던여자이며 첫사랑 버림받고 눈물 흘리던여인이며 호된 날에 신물이 난여인들이다. 그들이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며 그들의 일터를 빠져나온다. 이를 시인은 시의 제목 <연꽃, 피다>로 묶어 버린다. 자신의 생존을 혹은 가족의 생계를 지탱했던 그녀들은 비록 자신의 가슴은 숭숭 뚫린 구멍으로 가득할 뿐이지만, 실은 우리 남정네들의 욕정을 갈아 앉힌 여인들이다.

그녀들의 삶이 결코 숭고하다거나, 아름답다는 투로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한 번쯤은 그네들의 삶에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여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그것이 진정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가 아닐까. 시를 읽다가 별 생각을 다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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