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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신문[아침시산책]20170904일자/팽 - 정령

by 정령시인 2017. 9. 4.

경기신문[아침시산책] 팽 -정령

ㅡ정령

 

 

코를 푼다.

 

불콰해진 달빛을 등지고 나란히 들어선 노래방

목청을 가다듬고 마이크를 잡는다.

키가 크길 하냐 잘 생기길 하냐 직장이 든든하냐 나이도

띠동갑이 뭐냐 지르는 노래가 푸념이고 고함이 된다.

 

시집가기 전에 친해지려고 여행계획도 짜두고 셀카봉도

사고 화장품도 포장하고 쾌적한 찜질방도 알아두고 영화표도

예매해 두고는 잔소리에 음정이 콱콱 막힌다.

 

엄마도 딸이었으면서, 코끝이 맵다.

 

/정령 시집 ‘크크라는 갑’에서

 

■ 모든 어머니는 모든 딸의 잔소리꾼이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돌아보면서 딸만은 선택이 바르기를 고대한다. 그 선택이 더 아름다운 꿈의 실현으로 꽃피길 원한다. 그래서 집요하게 궁금해 하고 딸보다 먼저 고민하고 딸보다 더 미래를 따진다. 약간이라도 부족하다는 판단이 서면 딸이 포기할 때까지 야유하고 조롱하고 압박한다. 어머니의 잔소리는 밤이고 낮이고 가리지 않는다. 그래도 훗날 사위가 찾아오면 딸보다 더 사위를 사랑한다. 딸보다 더 사위를 챙긴다. 그게 모든 딸들의 모든 어머니이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