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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2018, 5, 4)/시감상

by 정령시인 2018. 5. 9.
초록의 오월에서 꿈을 퍼내는 시인, 남태식

오월, 초록

 

미처 다 피우지 못한 어수선한 조증의 꽃 덜어진 밑자리를

서성이다가, 되돌릴 과거는 기억조차 가뭇한 데 벼락처럼 솟은 절벽을 마주하고 울증에 빠진,

 

조증의 시간 오래도록 지켜낼 꿈을 꾸며 동면에든 뱀처럼 침묵으로 견디다가, 어느 새벽 잠결인 듯 꿈결인 듯 절벽에서 내동댕이쳐져 멍투성이로 사라진,

 

슬렁슬렁 웃으며 푸른 핏줄 불끈 세우며, 우우우 이 오월의 숲에서 초록의 함성 떼로 내지르며 다시 일어서는,

 

사내, 한 사내, 한, 꿈의 사내.

 -남태식 시집『망상가들의 마을』중에서

 

 

남태식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망상가들의 마을? 외, 리토피아문학상, 김구용시문학상 수상

 

 

 

감상

삶은 아프다. 온통, 몸마저 진저리쳐지도록 조증에 걸려 웃다가 울증에 빠져 나락으로 빠졌다가, 어느 순간 떠올라 잠잠해져 나뒹굴고 나자빠지고 내동댕이쳐지기 일쑤다. 그러다가 활짝 핀 꽃처럼 한 순간 머물러 어느 한 때를 흘려보내고 꿈을 꾸는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는 환하게 웃으며 가정을 꾸리고 사오십을 넘기면 조증에도 걸렸다가 울증에도 빠졌다가 나이마저 우울한 통증에 매달려 심산유곡을 헤매게 된다. 그 때 쯤, 이게 인생인가보다, 삶인가 보다, 느끼는 때가 온다. 마치 꽃 진 자리에 초록 잎을 피우는 오월이 오듯이 푸르게 온다. 그래서 삶은 진저리나게 아프기도 한 것이다.

 

오월의 함성이 푸르게 소리를 지를 때는 삶마저도 웃자고 견디자고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쳐보자. 자연이 이리도 아프고 저리게 푸르른 것을 보면, 삶은 얼마나 아프고 외로운 것인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어느 한 가지도 쉽게 초록 잎을 피우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삶은 희망이 된다. 그 속에서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그 속에서 피는 꽃들의 빛깔을 보면 저마다의 삶도 그러했을 것이다. 오늘은 특히 더 초록의 함성을 떼로 내지르며 일어서는 들판으로 산으로 달려가 보아야겠다. 아프고 저린 만큼 초록의 함성으로 내질러보자. 희망의 새 잎이 돋아날 수 있도록./정령(시인)

장종권  myhanban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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