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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읽기-하린[서민생존헌장 ]

by 정령시인 2018. 6. 10.

 

 

 



방청객



기침이 없는 아침에 대해 당신은 이야기한다

처음부터 우리가 셋이었다면 셋이 침대에서 뒹굴었다면

가장 잔인한 동거일까

무심한 옥탑방과 한심한 반지하 속에서

나는 놀람과 부러움과 야유를 남발하는 달인이 된다

독백은 내가 나의 발소리에 놀라는 거니까

난 메뉴얼대로 늙어 가고 있는 거다

그러니 밤은 감각이 없는 방청객

아침까지 돈과 몇 번 섹스를 한 거니?

그럼 넌 질문만 하다 연애를 끝낼 거니?

비굴함을 음식물 통에 담아 비운다

그녀가 출근한, 아니 떠난 반대 방향에서

악취가 쓸쓸하게 풍기기를 바랄 뿐이다

슬픈 건 엄마도 늙고 나도 늙는다는 거

월세의 유통기간이 늘 한 달이라는 거

너무나 버거운 혈통이 악성이고

너무나 길고 지루한 빈곤이 만성이다

그러니 통을 여는 순간 숨을 멈추는 달인이 되면 그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