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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읽기-황구하[화명 ]

by 정령시인 2018. 8. 22.

 

 
꽃의 사연/


사람이 꽃이라지요


갓 태어난 애기나리, 처녀치마, 각시패랭이, 며느리밥풀, 꼬부랑 할미가 될 때까지 천둥 번개에게도 귀와 눈 내어주고, 새소리 바람 소리 물 소리 따라가며 홀아비꽃대 한 시절 사노라면 거기 꽃 한 송이가 생의 중심인 얼굴들


짐승도 꽃이라지요


들판 뛰어다니는 법부채, 쥐꼬리망초 살랑거리면 노루귀 쫑긋, 꿩의다리, 두루미천남성, 닭의 장풀, 병아리꽃 푸드득거리고 괭이눈 노래져 게발선인장 걸음 재바르고 황새냉이 설렁설렁 개구리발톱, 새우난초 엉거주춤하는 사이 생의 길 따라 벌개미취 붕붕 하늘 날아오르는데요


사람과 짐승 누가 더 꽃다운가요

너도 꽃 나도 꽃 모두 모두 춤추는 사월

고개 떨구는 저 꽃 한 송이, 짐승인지 사람인지


해야, 달아, 별아,

호명할 이름표 차갑게 매장된 하, 수상한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