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담) 지인이 선물로 준 시집이다.
어떤 새는 모음으로만 운다
-사랑
자신을 먹이로 쫓던 새를 찾아가
그 새의 눈물을 빨아먹어야만 살아남는 나방이 있다.
천적의 맥박 소리에 맞춘 날갯짓으로
잠든 눈까풀을 젖히는 정지된 속도로
천적의 눈물샘에 긴 주둥이를 밀어 넣을 수 있었던
진화는 천적의 눈 깜박이는 찰나에 있다.
천적의 눈물에 침전된 염기를 걸러
제 정낭을 채운다는 미기록종 나방이여
상사 빛 날개를 살펴 다시 염낭을 채워야 하는 새여
날개로 비행 궤적을 지우는 고요의 동족이여
제 감정에 마음 찔려본 자만 볼 수 있는 궤적은
내가 가위눌린 몸짓으로 썼던 미기록종의 자음들
나여, 불면이 네 눈으로 날아와 살아남으려 함은
이미 제 영혼인 울음을 간수할 유일책이기 때문
나여, 새의 부리를 조용히 열고
울음통 속으로 들어가 보아라.
차마 뱉지 못할 자음이 있어
모음만으로 울며 날아가는 궤적을 읽어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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