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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이詩발표♬/[♡] 계간문예지

제65호2017봄호/신작시

by 정령시인 2018. 8. 31.

 

 

 

 

 

지면광고

 

신작시)

 

오잎클로버 외 1편


♥오잎클로버 외 1편>


오잎클로버




꿈자리에 온 집안이 불길에 휩싸이더니 길몽이라던 사탕발림은 온 집안에 붉은 딱지를 붙였다

다부진 입술 콱 깨물고 억센 비바람이 몰아쳐도 두 팔로 부둥켜 안는다

잘 할 수 있다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밑바닥이라도 훑어봐야지

부딪힐 수 있다 나설 수 있을 때까지 손톱이 문드러지도록 더듬어봐야지

견딜 수 있다 고개를 내밀고 방긋방긋 웃어봐야지

흙탕물이 차올라 숨이 차도 쉬지 않고 오른다 믿는다 믿어보자 말이 씨가 되게 해보자

 

초록토끼풀이 웃는다 지나가던 개도 웃는다 날아가던 비둘기도 웃는다 억세게 좋다 괜찮다

 

 

 

달의 갱년



머리꼭대기까지 차오른 우울로 입 꾹 다문 노란 달이 눈물을 머금고 있다 성질을 못이긴 별들이 안달복달한다 바람이 가슴을 쓸며 다져놓은 성질을 다독다독 누르고 우울해진 침묵을 우렁우렁 닦는다 꽃이 꽃인 줄 모르고 풀잎이 풀잎인 줄 모르는 달이 등을 보이고 돌아눕는다 울적한 하루가 우울한 시간을 달래고 훌쩍거린 눈물이 너울 바다를 만든다 달달한 바람을 맞으며 떠나보낸 별들은 안절부절 요란을 떤다 노란 달이 마지못해 띄워놓은 우울을 거두고 돌아선다

별들이 잘잘 견디라고 잘잘잘 웃는다 동그래지라고 달달 보챈다 탈탈 털라고 풀 죽지말라고 둥둥 일어선다 별이 많아진다 무성해진다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다 노란 달의 달뜬 갱년기를 별들의 별별스런 사춘기의 위로가 불룩하게 받치고 있다 만삭의 둥그런 언덕배기에서 시린 시절을 갉아먹고 자란 별들이 슬금슬금 무른 달밥을 찾는다 아침에도 야금야금 한나절 조금조금 베어 먹으며 그믐달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