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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읽기-박영녀[아이스께끼]

by 정령시인 2019. 12. 13.

 

 

여행을 많이 하고

여행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즐기는 사람

멋지게 

위트있게

혹은

시크하게

시 한 집 지었다.

 

시감상)


노가리 천원

 

베레모 사내 노가리 천원 술집에 앉아

노가리 천원보다 조금 비싼 촉촉한 노가리 깐다

큰 키만큼 기다란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가시를 빼며

조용조용 노가리 깐다

 

소주 한잔 넘기고 세간에 돌고 있는 미투에 관한

변방에서 태어나 변방에 묻힐 사실이 아닌 사실 이야기

빈 술병이 늘어날수록 처음처럼 처음이 반복되는 말  

핏대 선 목울대 노가리 깐다

 

오늘 술잔에 담겨있는 이름 꺼내지 말라 하면

대답 대신 입에서 튀어나오는 파편 같은 노가리

누구누구랑 술 먹은 내일이면 금방 소문날 이야기

애써 모른 체하고 노가리 깐다

 

면접에서 떨어진 속내를 모자 속에 감추지만

삐죽거리며 나온 흰머리처럼

노가리는 꾸리꾸리 냄새를 풍기고

밤은 깊어 가는데

하품은 노가리 꼬리를 물고 노가리 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