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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시

김선우/할머니의 뜰

by 정령시인 2019. 12. 29.

할머니의 뜰

 

김선우

 

토담 아래 비석치기 할라치면

악아, 놀던 돌은 제자리에 두거라

남새밭 매던 할머니

원추리꽃 노랗게 고왔더랬습니다

 

뜨건 개숫물 함부로 버리면

땅속 미물들이 죽는단다

뒤안길 돌던 하얀 가르마

햇귀 곱게 남실거렸구요

 

악아, 개미집 허물면 수리님이 운단다

매지구름 한소쿠리 는개 한자락에도

듬산 새끼노루 곱아드는 발

싸리꽃이 하얗게 지곤 했더랬습니다.

 

토담, 사라진 기억의 덧창에

고가도로 삐뚜루 걸리는 저녁

마음 들일 데 없는 할머니 흰 버선발

찬비에 저만치 정처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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