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시

시읽기/하늘공원 야고(변종태)

by 정령시인 2018. 9. 29.

 

하늘공원 야고 / 변종태

 

 

 

 

난지도의 새 이름 하늘공원에

만발한 억새풀 사이 걷다 듣는다.

귀에 익은 종소리, 물 건너 제주에서 듣던 그 종소리,

바람 불 때마다 딱 한 번만 들려주는 소리,

무자년* 분홍 종소리 예서 듣는다

부끄럼에 상기한 볼, 아니란다.

억새 뿌리에 몸을 감춘 채

살아야, 살아남아야 했던 이유 있었단다.

잎사귀 같은 서방 산으로 가 소식 끊기고

돌배기 딸년의 울음소리 데리고 찾아 나선 길,

어디서 시커먼 그림자 서넛이

휘릭 바람을 타고 지나칠 때

아이의 울음 그러막으며 억새밭에 납작하게 엎드린 목숨,

이제나 저제나 수군거리는 소리 잦아들까.

틀어막은 입에서 새던 가느다란 숨소리마저 잦아들고

붉게 상기한 볼, 딸아이 가슴을 텅텅 치며

목 놓아 부르던 딸아이 이름,

야고야 야고 야고,

핏빛 물든 억새 밑동에 몰래 묻어야 했던 분홍 종소리,

오늘 예서 듣는다.

서울 복판 하늘공원 발그게 울려온다.

 

 

*무자년 : 제주 4.3사건이 일어나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