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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시

시감상/뼈아픈 후회(황지우)

by 정령시인 2018. 4. 24.

뼈아픈 후회 /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니었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감상>우리는 모두 어느 순간 후회를 하게 되는것 같다. 그 순간이 어느때건 후회를 하게 된다는 것은 반성할 기미가 있다는 것이고 반성은 곧 용서를 빌 의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느순간 후회를 한다고 할 때 용서를 하거나 안아주어야한다. 상처가 아물도록 토닥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