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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시

문정희/동백꽃

by 정령시인 2019. 12. 29.

동백꽃

 

문정희

 

나는 저 가혹한 확신주의자가 두렵다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움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

함께 꽃 피우지는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나는 차마 발을 내딛지 못하겠다

 

전존재로 내지르는

피묻은 외마디의 시 앞에서

나는 점자를 더듬듯이

절망처럼

난해한 생의 음표를 더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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