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내시고는 나에게 먼저 보내주고 싶다며,
손수 주소를 물으시고 하루만에 온 시집!
아껴 읽느라 해를 넘겼다.
폭 넓게 그린 가지각색의 인간관계를 그리는,
고독한 지경을 넘어 달관한 사랑을 목도하는,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도 있고 자연도 있고,
초월한 지경에 도달하여 시적인 숙성을 더해가는
고경숙시인이 보인다.
시감상)
봄
봄은 허풍쟁이의 하품에서도 온다 그가 뱉어늫은 부푼 공기가 아롱아롱 허리 근처를 떠다니며 간질인다 삼단 접시에 머핀을 구워오는 할머니, 꽃무늬 앞치마 자락에 뛰어오르며 강아지는 둥굴게 짖는다 대화거리가 늘어진 틈 사이로 졸던 하품은 허풍쟁이를 깨우느라 애를 먹는다 머리카락 대신 꽃이 탐스럽게 피어도 좋을 날이다 기왕이면 오솔길 헤치며 찾아들던 늙은 머리카락마다 꽃이 달리면 좋겠다 원색의 알록달록한 꽃밭을 이고 콧망울을 벌름거리는 봄은 거슬러 받을 것 있다고 눌러앉을 것이며, 기필코 강아지가 깨운 허풍쟁이의 나른한 잠 밖에서 토닥토닥 순한 바람이 머핀을 뜯어 먹을 것이다 부엌문을 열었다 닫으며 비로소 봄의 냄새가 달콤하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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