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사유는 낯설게 보기에서 시작하는 비유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대의 시들은 비유와 상징의 낯설기보다 자유분방한 직접적인 사유와 자유로운 표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듯이 훨씬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오늘 읽은 박미현시인의 집이 그렇다.
세상과 투쟁하며, 인간의 삶과 고뇌를 진솔하게 옆에서 대화하듯이 혹은 고민을 털어놓듯이 또는 격없이 말하는 듯이 가감없이 표현해 놓았다. 망자를 대하는 듯 저녁을 맞이하고, 임종을 고하는 듯 자연을 대하는 시인의 시각이 닿는 곳에서 시인의 눈에 포착된 모든 사물과 자연이, 사람들이 옥신각신 투쟁하며 인생을 뜨겁게 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 시인의 파란만장한 삶의 모습일 뿐 아니라 우리의 지난한 삶의 참모습을 말 못하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고스란히 대변한 것이라 할 것이다.
시감상)
몸
허리 병을 되게 앓고 난 후
허리를 모시며 산다
몸이 생활의 중심이 된 지 오래
틈만 나면 허리를 모시느라
이젠 몸의 하수인이 된 셈
몸을 피할 순 없는 일
배반할 수도 없는 일
찬찬히 생의 거죽을 벗겨본다
무성한 뒤척임들
실은 신음이랄 수밖에 없는
그러나 또 어쩌겠는가
살아있다는 이 생생한 증거를
*나도 허리를 심하게 앓은 사람이라 십분 공감하게 되는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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