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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뉴스(20220614일자)/신작시

by 정령시인 2022. 8. 13.

하기 나름 外 1편/ 정령:시인뉴스 포엠 (poetnews.kr)

 

≪시인뉴스 포엠≫ 하기 나름 外 1편/ 정령

하기 나름    과일 없는 라일락꽃은 꽃이 없는 무화과를 보면 가슴이 뛴다고 하고 신발 속에 넣어둔 지렁이는 책상 속에 넣어둔 편지를 보면 가슴이 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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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나름

 

 

  과일 없는 라일락꽃은 꽃이 없는 무화과를 보면 가슴이 뛴다고 하고 신발 속에 넣어둔 지렁이는 책상 속에 넣어둔 편지를 보면 가슴이 뛴대.

  리어카를 끌고 가는 밀짚모자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청모자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그러고 팔딱거리던 물고기는 얼큰한 매운탕을 보면 가슴이 벌렁거려 잠을 못 자고 그런대.

  희미하게 꺼져가는 삼십 촉 알전구는 구석에 박힌 먼지까지 비추는 엘이디전등이 심장을 울린다고 하고 허물어 가는 판자촌은 하늘높이 올라가는 빌딩숲만 보면 심장이 두근거린대.

 

  꽃이 피면 마음이 들뜨고 바람이 불면 가슴이 두근거려. 날마다 새롭게 피는 꽃들에게 이따금 나의 비밀을 들려주곤 하지. 가슴에 두고두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금방 상처가 되어버리거든. 해보나마나한 일이라도 해보기전에는 알지 못하거든.

  모두 마음먹기 나름이고 생각하기 나름이고 행동하기 나름이라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가뿐해졌어.

 

 

 

꽃의 장례

 

 

  길게 늘어선 벚꽃나무아래, 쪼란히 민들레가 푸른 상장을 달고 도열한 가운데 한 무더기 생이 짧은 꽃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무명삼베옷도 입을 것 없이 바람이 주는 잠깐의 휴식

  머리 희끗한 어른이 유모차를 끌고 온다.

  천진한 아이의 까르르 웃음소리조차 요령처럼 들리는 고즈넉한 공원 후크선장처럼 외발이 된 비둘기는 날지도 않고 두리번두리번 쥐똥나무는 개가 소변보는 데도 입을 꾹 다물고 보듯 몽우리만 무성하고 흰나비 한 마리 울며 조문하듯 꽃무더기 위를 날고 한 차례 꽃잎들 바람이 주는 자유를 만끽하다 스르르 꿈꾸듯이 유모차바퀴를 뒤따르며 만장행렬을 따라간다.

  벌거숭이친구가 이생을 외면하고 돌아섰다는 소식이 담배연기처럼 눈을 맵게 하는 데도 유모차를 끌며 벚꽃나무아래를 천천히 돈다. 생의 끄트머리에 놓인 꽃잎들이 바퀴 끝을 좇아간다. 머리 희끗한 어른도 꽃잎처럼 스르르 지구표면을 돌고 돌아 돌다가 어디쯤 먼발치서 오라는 손짓으로 가만히 흔들면 소리도 없이 미련도 없이 바람 따라 꽃잎처럼 훌훌 날며 가고 싶다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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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 시인

계간 리토피아 등단. 전국계간문예지작품상수상.

부천문협 사무차장, 부천여성문인협회회원, 아동복지교사

시집 연꽃홍수, 크크라는 갑, 자자, 나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