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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의시인바람♬/[♡] 구름이 꽃잎에게

시화전 에 걸었다.

by 정령시인 2024. 8. 29.

부천여성문학회 시화전
<시가 있는 앞치마 & 토분>
내 앞치마와 토분 아닌 그냥 화분.
시,
  차 한 잔,
그리고
  아카시꽃 한 움큼




아카시 꽃 한 움큼 /정령


이파리 떼어내던 동이가  
손이를 보고 말더듬이 되었지.  
말을 더듬거릴 때마다 한 움큼  
입에 털어 넣던 꽃이었지.  

떠들지도 않고 장난도 안 칠게  
공부도 하고 책도 읽을게.  
아카시나무 그늘에서 한 다짐  
더듬거리며 맹세를 했다지.  

눈 감은 동이한테 순이 대신  
벌이 날아와 대답하듯 쏘았지.  
퉁퉁 불거진 입술로 학교에 온 날  
순이는 깔깔 웃었다지.  

아카시 꽃 한 움큼 말더듬이 동이가
입안 가득 넣었다지.
그늘진 순이도 한 움큼 입에 넣고
동이보다 크게 웃었다지.  

아카시 꽃내가 풍기는 날이면
웃음소리가 자지러졌다지.



차 한 잔  /정령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우리는 웃음이 납니다  
한 모금을 축이고  
서로의 세상을 다 마십니다  
집 나간 남자가 남기고 간 자식도  
제 갈 길로 떠났습니다  

두 모금을 마시고  
우리는 모두 느긋해집니다  
차 한 잔이 사람을  
웃겼다 울렸다 가지고 놉니다
여자의 흰 머리카락 한 올  
주름살 끝에서 흔들거립니다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우리는 콧노래를 흥얼댑니다  
기나긴 여정이 한가득 일렁입니다  
희끗한 차 한 잔 헤벌쭉  
지난한 삶을 주워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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