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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하시인의 '마중물'에 관하여

by 정령시인 2007. 6. 15.

      마중물


            마 종 하


한 바가지의 마중물로
펌프는 샘솟아 오른다.
그렇다. 그대를 기다리는
나의 조금의 눈물도 그렇다.
건드리지 말라고
몸부림치는 지하수들은
아예 눈물지어 깊이 흐른다.
고작 한 방울의 식염수로
울컥이는 펌프처럼
나의 갈망을 전언하면
넘치는 샘의 시린 줄기는
쇠 가슴 가득
아린 눈물 쏟는다.


우리 가슴 가득 괴인 눈물도 절대로 그냥은 흘러넘치는 것이 아니다.

그대와 나 사이에 바람 한 오라기라도 스쳐 지나가야만 눈물의 둑은 터진다.

나는 그것을 저 서해 갯벌의 썰물을 통해서 보았던 일이 있다. 서해. 아, 서해.

주체할 수 없는 파도의 열정과 몸부림 어쩌지 못해 나 휘청거릴 때,

그 많던 파도의 숨결들이 꺼지며 바닷물 잦아들어 빠지고 나니 방조제 안쪽의 출렁대던 물도

서서히 바닥을 보였다. 파도로 쓸고 어르고 껴안고 뒹굴다가 싫증이 났는지 바닷물도 걸어 나가자

갯가에는 알몸의 바다가 누워 있었다.

거기 알몸의 빈 뻘이 드러나자 육지 안의 우물은 종내 바닥을 쳤다.
그렇다. 세상 이치 모두 그런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그리움 언젠가는 썰물이 되어 빠지고 마른 바닥으로 눕는다.

그대를 향한 내 기다림도 깊은 곳으로, 깊은 곳으로 가 닿는다.

그곳 작은 풀잎 하나에 바람 스치면, 바람 스친 잎사귀 하나에도 우리는 깊이, 깊이 젖는다.

그것은 그대와 나 사이를 잇는 다리이다.

그대가 내게 쏟는 마중물, 내게 그대에게 퍼붓는 마중물이다.

마종하 시인의 감성! 20대의 섬세함으로 우리에게 스민다. 놀랍다.(김완하)

 

 

느낌: 그 자체로도 몸서리가 오돌도돌 처지도록 와 닿는다.

 시도 그렇고 김완하님의 감상도 그렇고,

가슴 저미도록 아리도록 그림움이 짙게 절로 타오르게 하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