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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의시인바람♬/[♡] 연꽃홍수

네가 내게 온 날/ 정령시집[연꽃홍수]중 98쪽

by 정령시인 2011. 4. 22.

네가 내게 온 날 /정령

 

 

네가 내게 온 날은
막 문을 열었을 때야.
넌 너무 급하게 들어왔고
그 바람에 많이 다쳤지.
아무것도 삼킬 수 없었고,
남들 기어 다닐 때 굴러다녔고,
남들 걸어 다닐 때 겨우 앉았고,
남들 뛰어 다닐 때 간신히 섰어.

 

네가 내게 온 날은
내가 막 문을 나서려고 할 때야.
넌 너무 느리게 다가왔고,
그 바람에 많은 걸 늦게 알았지.
망막이 손상되어 볼 수 있지만 흐릿했고,
달팽이관 고막도 기형이라 듣질 못하니,
성장도 언어도 아주 더디고 느렸어.

 

네가 내게 온 날은
내가 아침에 막 눈을 뜰 때야.
넌 천사같이 예뻤고 아름다웠지.
방금 이를 닦은 향기로운 입술로 내게 뽀뽀하고,
손하트하며 엉덩이를 흔들면, 
울다가도 웃는 게 일이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