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진 소문의 진상 / 정 령
사방이 빨개지도록 싸우던 날이다.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던 날이다. 선혈이 낭자한 현장에서 시위에 앞장서다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그녀, 대열을 벗어나 매운 연기속을 뚫고 달려와 와르르 눈물로 그녀를 껴안던 그. 비정규직인 그녀의 찌든 일상이 속사포처럼 쏟아지면, 정규직 만년 대리인 그는 분을 삭히지 못해 얼굴을 붉혔다. 연간계획은 사라지고, 자녀계획은 흩어진 꿈이 되었다. 하루살이의 일상마저 동결당한 저임금의 뼈저린 단칼에 휘둘렸다. 피, 더 붉은 도장밥이 내려앉은 서슬 퍼런 종이에, 이혼을 합의한다는 활자가 더더욱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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