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정령
남루한 바람만 휑한 시장통 국밥집의 벼랑박은 빈 자리가 없다. 못이 박히는 고통을 감래하며 견뎌낸 족자는 가화만사성을 흘려놓는다. 불붙은 담배는 빨간 원에 사선으로 갇혀 금연이란 단서조항을 붙인다. 벽이 맞닿은 곳, 바닷가 모래밭에 덩그러니 두 남녀가 어깨를 감싸고 노란 해를 마주하고 있다. 그 아래 탁자위엔 금방 담은 겉절이 배추와 깍두기 무가 자극적인 눈길을 보내는 중이다.
못질이 성할 날 없는 거기에, 새롭게 덧 입혀진 녀석이 이유불문 외상절대사절이라 떡하니 뒷짐 지고 무게를 더한다. 몰상식한 작자가 국밥에 넣지만 않았어도 한자리 굳건히 지킬 이쑤시개지만, 한 귀퉁이에서 멀건히 손만 바라는 처지다. 한 상 받은 뚝배기와 새우젓은 출정준비를 마쳤다. 매운 고추도 손수 빻아놓은 들깨도 안착을 했고, 온 바다를 헤쳐온 소금이 각을 내세워 정갈한 결정체를 이룬 시각, 반너머 잘린 드럼통에서 장작불이 타들어가고, 삼삼오오 일꾼들이 길다방 커피를 마시며 기대에 부푼 주문을 외친다.
저요 저요, 오호 드디어 오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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