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랄랄라, 여름/ 정령
샤랄랄라, 뙤약볕에 몸을 맡겨봐야지. 나무도 그늘도 보도블록도 썬텐을 즐기는 도심의 한가운데 서서 볕을 쬐어야지. 썬크림을 바르고, 썬블록을 뿌리고 아름다움을 더할 양산을 쓰고, 양지로만 걸어야지. 썬글라스를 쓰고 챙이 큰 모자를 쓰고 안면마스크를 쓰고 자외선차단용 팔토시를 해야지. 샤랄랄라, 몸에 붙지 않는 풍기인견, 한산모시, 냉장고바지, 냉장고티, 쉬폰원피스를 입어야지. 수박을 사서 자르고 얼음을 넣은 사이다를 마셔야지. 더위엔 얼음 동동 띄운 육수에 면을 말아 젓가락에 돌돌 말아 후루룩 후루룩 냉면을 먹어야지. 샤랄랄라 여름, 철썩이는 파도에 몸을 누이고 샤랄랄라 노래를 부르러 바다에 가야지. 하루살이들 달려와 앵앵 거려도 탁탁 모깃불 피우고 수박서리 갔다가 된통 얻어맞은 무용담 들어야지. 샤랄랄라, 여름에. 먹고 남은 빈 옥수수 껍질 찢어 인형머리처럼 땋고 놀던, 봉숭아 꽃잎따다 손톱에 물들이던, 그 시절 그 소녀, 지금 그 볕이 그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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