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루화 어화둥둥/ 정령
에루화 어화둥둥,
바람꽃 누워 자는 풀밭에 동물들 한창이다.
암양 한 마리 숫양에게 음매에에에,
숫양들 저마다 콧구멍 벌름대며 발을 동동 구르고,
빨간 눈 암토끼도 깡총대며 웃어대면
노란 애기똥풀 뽀득뽀득 기지개를 켠다.
히히힝 콧방귀 뿜으며 천둥치는 숫말의 오줌발
신난 민들레가 노랗게 물들면,
딸랑딸랑 방울꽃이 방울로 장단 맞춰 춤춘다.
방울소리에 눈 뜬 바람결이
노랑나비의 꼬리를 물고, 겅중겅중 개하고,
두 귀 쫑긋 바르르 날개짓하는
연보라빛 꽃잔디 융단 위에 에루화,
이놈, 실눈 뜨고 벚나무 뒤로 숨으면,
쿵쿵 나뭇가지도 흔들리고 벚나무도 덩달아
사르르 꽃비 흩날리며 어화둥둥,
초록이 짙어가는 풀밭 위에 살구색 입맞춤,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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