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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의시인바람♬/[♡] 령이의 일상

미래이야기

by 정령시인 2016. 3. 29.

변화무쌍한 무지개꽃

-미래의 성장기

 

미래맘 정명순

 

 봄바람이 기지개를 펴는 날입니다.

창가에 앉아 꽃들에게 봄이 왔어 일어나 따사로운 햇빛을 봐봐 하고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안에 있던 화분들도 빛을 쪼이게 도와주고, 좁은 화분에 있는 애들은 저번 겨울 토요수업 동안 만들었던 화분에 옮겨주기도 하면서 봄소식을 전해주었더니, 방금 봉오리를 피우기 시작한 군자란은 알아듣고 커다란 잎을 살랑 대주었고, 허브이파리는 그윽한 향기로 대답해주었습니다. 겨우내 베란다에서 움츠리고 있다가 봄이 왔다고 저마다 연한 잎을 피워 올리기 시작하는 모습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이 애들도 곧 저마다의 생김생김으로 꽃을 피우고 잎을 틔울 것입니다. 그러면서 말을 향기로 내뱉고 잎으로 표현하며 줄기로 알아들을 것입니다. 제 아이처럼 말입니다.

 

 

네가 내게 온 날은
막 문을 열었을 때야.
넌 너무 급하게 들어왔고
그 바람에 많이 다쳤지.
아무것도 삼킬 수 없었고,
남들 기어 다닐 때 굴러다녔고,
남들 걸어 다닐 때 겨우 앉았고,
남들 뛰어 다닐 때 간신히 섰어.

 

네가 내게 온 날은
내가 막 문을 나서려고 할 때야.
넌 너무 느리게 다가왔고,
그 바람에 많은 걸 늦게 알았지.
망막이 손상되어 볼 수 있지만 흐릿했고,
달팽이관 고막도 기형이라 듣질 못하니,
성장도 언어도 아주 더디고 느렸어.

 

네가 내게 온 날은
내가 아침에 막 눈을 뜰 때야.
넌 천사같이 예뻤고 아름다웠지.
방금 이를 닦은 향기로운 입술로 내게 뽀뽀하고,
손하트하며 엉덩이를 흔들면
울다가도 웃는 게 일이 됐어.

-정령시집[연꽃홍수]중에서 <네가 내게 온 날>전문

 

  아침이면 알람소리보다 먼저 깨어 국을 데우고 식탁을 닦고 숟가락을 놓고 젓가락을 식구 수대로 차려 놓습니다. 냉장고를 열고 반찬들을 꺼내어 놓기도 하고 언제나 늦게 일어나는 언니를 깨우러 갑니다. 언니 일어나요 하고는 밥을 그릇에 담아 내놓기까지 하면서 오늘은 계란뿌라이를 먹고 싶어요, 햄을 먹으면 좋겠어요, 수쭈나물 다 먹었어요, 뚜부 또 사주세요, 라고 합니다. 라디오의 날씨를 들어야한다고 하면 핸드폰을 켜서 날씨를 보여주면서 어때요 라고 하는 꽃입니다. 매일 쫑알대는데 어떤 날은 천사의 목소리가 저럴까 하다가도 아니야 얄미운 사탄이 저랬을 거야 상상을 하게 만드는 알록달록한 무지개꽃입니다.

  탁상달력이 오면 동그라미는 제일 먼저 치면서 생글생글 웃음을 날리는 꽃입니다. 엄마아빠의 결혼기념일을 찾아 동그라미할 때는 혼자 쭝얼쭝얼 엄마랑 아빠랑 좋은 날이네요 라고하면서 보라색 꽃으로도 변합니다. 엄마생일에는 음 비밀 하면서 노란색 미소를 날리는 꽃이기도 합니다. 제 생일 날짜에 동그라미를 치면서는 가방을 찾아서 핸드폰을 켜고 보여주는데 정말 노란 개나리꽃 같습니다. 또 친구와 사소한 일로 다투거나 헤어졌을 때는 고 작은 눈에서 샘솟듯이 눈물을 쏟아낼 줄도 아는 파란색 꽃이기도 합니다. 항상 긴장의 끈을 풀지 못하게 하는 빨간색 꽃으로도 피어 시시때때로 깜짝 놀라게도 하고 두근두근 심장을 뛰게도 만드는 변화무쌍한 꽃입니다.

  세상에 이렇게 잘 웃고 잘 울고 하는 꽃이 또 있을 까요?

  어느 여름날에 들판에 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피어난 들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잎이 상하고 꽃잎이 몇 장 떨어진 볼품없는 꽃이었는데, 여러 꽃들 속에 함께 있으니 무척이나 아름답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꽃같은 제 아이의 삶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여겨졌습니다. 여럿이 어울리면서 그들 속에 함께 할 때 제 아이도 숨을 틔우고 여러 가지 빛깔로 어우러져 예쁜 꽃을 피우며 향기를 피울 거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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