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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이詩발표♬/[♡] 계간문예지

시와문화(2017가을호)

by 정령시인 2017. 9. 7.

 

 

 

보름달은 보고 있었지외 1편>


보름달이 보고 있었지

연애연습·2





보름달이 능소화 꽃잎을 동그랗게 오므리며 보았지.

드르륵드륵, 가막마루가 왜 열리고 닫히는지.

왜 안채에 자리끼는 자꾸 줄어드는지.

탁주 한 사발이 왜 밤을 경쾌하게 만드는지.

 

보름달이 사발 속에 들어앉아 빙그르르 돌면서 보고 있었지.

장독대에 핀 과꽃이 왜 목을 길게 내미는지.

연초록 강낭콩 줄기가 왜 담장을 넘는지.

왜 자주색 가지들이 주렁주렁 굵어지는지.

왜 밭두렁 옥수수가 수염을 기르고 고추가 왜 붉어지는지.

여물어가는 호박의 꿍꿍이속은 또 어떤지.

보름달이 호박꽃잎을 별처럼 빚으며 보고 있었지.

 

가로등이 타박타박 그림자를 쫓아간 일도,

바람이 만지작만지작 솜털을 간지럼 태운 일도,

창가에 앉아 밤새 연애편지를 썼다가 지운 일도,

비밀스런 일기장을 책상서랍 두 번째 칸에 넣어둔 일도.

보름달은 슬쩍슬쩍 구름 뒤에 숨어서 보고 있었지.

삼십 년 사십 년 후에도 보름달은 다솜다솜 보고 있었지.




자목련




교통사고로 무뎌진 다리를 세우고

한 번도 앉아보지 못한 허리를 펴고

쥐어보지 못한 손을 꽉 잡아 심는다

안아보지 않은 가슴이 가늘게 운다

웃어보지 못한 얼굴이 입꼬리를 올린다

듣지 못한 목소리로 노래하며 함께

 

그가 말하던 용인 파란 숲속에

굵은 다리가 될 뿌리를 심는다

꼿꼿한 허리로 굳은 심지가 될 줄기를

활짝 팔 벌려 안을 가슴과

하늘 보고 웃을 환한 얼굴을 심는다

머지않아 필 것이다 그의 목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