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은 보고 있었지외 1편>
보름달이 보고 있었지
―연애연습·2
보름달이 능소화 꽃잎을 동그랗게 오므리며 보았지.
드르륵드륵, 가막마루가 왜 열리고 닫히는지.
왜 안채에 자리끼는 자꾸 줄어드는지.
탁주 한 사발이 왜 밤을 경쾌하게 만드는지.
보름달이 사발 속에 들어앉아 빙그르르 돌면서 보고 있었지.
장독대에 핀 과꽃이 왜 목을 길게 내미는지.
연초록 강낭콩 줄기가 왜 담장을 넘는지.
왜 자주색 가지들이 주렁주렁 굵어지는지.
왜 밭두렁 옥수수가 수염을 기르고 고추가 왜 붉어지는지.
여물어가는 호박의 꿍꿍이속은 또 어떤지.
보름달이 호박꽃잎을 별처럼 빚으며 보고 있었지.
가로등이 타박타박 그림자를 쫓아간 일도,
바람이 만지작만지작 솜털을 간지럼 태운 일도,
창가에 앉아 밤새 연애편지를 썼다가 지운 일도,
비밀스런 일기장을 책상서랍 두 번째 칸에 넣어둔 일도.
보름달은 슬쩍슬쩍 구름 뒤에 숨어서 보고 있었지.
삼십 년 사십 년 후에도 보름달은 다솜다솜 보고 있었지.
자목련
교통사고로 무뎌진 다리를 세우고
한 번도 앉아보지 못한 허리를 펴고
쥐어보지 못한 손을 꽉 잡아 심는다
안아보지 않은 가슴이 가늘게 운다
웃어보지 못한 얼굴이 입꼬리를 올린다
듣지 못한 목소리로 노래하며 함께
그가 말하던 용인 파란 숲속에
굵은 다리가 될 뿌리를 심는다
꼿꼿한 허리로 굳은 심지가 될 줄기를
활짝 팔 벌려 안을 가슴과
하늘 보고 웃을 환한 얼굴을 심는다
머지않아 필 것이다 그의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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