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작의우주-4
ㅡ꽃의 비밀
증오의 벼랑에 달리아가 폈다
겨우 몇 송이로도 세상
아침이 붉다.
붉은 이 배치는 모순이거나 왜곡.
갓길의 달리아를 누가 벼랑에 옮겨 놨을까?
극점極點에 피는 꽃은 없다.
화이트아웃*의 아침.
삶에도 위상학이 적용될 수 있을까?
간밤 노트에 적혀 있는 이상한 문자들,
해협의 독수리가 발아래 움켜쥔 어린 양을 동정하지 않듯
벼랑으로 몰아 수없이 머리 찍게 하는 너울이 어린 물개를
염려하지 않듯, 담장 위 민들레를 아직
차가운 봄바람이 아랑곳 하지 않듯,
자연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ㅡ불운은 예정된 것,
무릇 생명이란 고단한 머리를 끄덕이며
제 그림자를 길게 늘이면 그만, 그만이다.
자기란 얼마나 좋은 질료인가.
명예와 추락을 한 그릇에서 빚고
사랑과 배신을 같은 눈길에 담을 수 있으니
아침에 붉은 꽃이 아니다.
통점通點에서 터져 나오는 비탄悲嘆의. 밀도.
누가 갓길의 달리아를 벼랑에 옮겨 놨을까?
*화이트아웃whiteout : 눈이나 모래 등으로 인해 시야가 심하게 제약되는 날씨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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