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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책

시집읽기-고명자[그 밖은 참, 심심한 봄날이라 ]

by 정령시인 2018. 4. 13.

 

 

사랑

 

 

이것은 불의 함정

범람하는 붉은 절정

엉겨붙은 목덜미에 찬물을 끼얹었으나

젖은 그림자마저 화염에 휩싸이고 말았다

마른 번개가 치고 뜰의 꽃들은 타들어 간다

가시 돋친 짐승의 피에서 단내가 났다

혀는 달콤하고 뜨겁고 사나웠다

하여 그들은 전속력으로 고꾸라졌다

눈을 감고 가혹한 그의 이름을 부른다

으깨진 장미들처럼

제의祭儀 대신 서로의 살점을 나눠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