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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의시인바람♬/[♡] 령이읽은 책

시집읽기-이성필[한밤의 넌픽션 ]

by 정령시인 2018. 11. 19.

 

 

 

30년만에 첫시집을 내셨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소탈한 출판기념회가 되었다.

 

시감상)

 

머리를 감고 머리를 말리고

 

 

귀를 파며 나이를 먹었다

노구로 하는 혼자 노는 재미

술 마시고 출렁이다 자맥질하는 깊이

 

갈리는 길에서 주춤한다

결국 깃대봉에서 만나는 일

많았던 길이 줄어들었다

구멍만큼 시원한 바람이 분다

 

예약 같은 안부

보자는 기댐

길이 많아졌다 듬성한 짐승들

구멍만큼 시원한 바람 울기까지

접시 같은 길 내겐 움푹 파인 길

 

과음이 슬픔이라면, 꽃이 피는 거라면,

깃대봉에 오르는 거라면

언약은 맹세라서 성 같은 빗물일까

 

문 앞에 신발 네 켤레 새벽 다섯 시

슬그머니 산길 나가면서

씽크대에 그득한 설거지가

신발이 명치에 걸린다

저울에 마음을 잰다

 

버스를 타고 유원아파트 지난다

구 터미널 전 호세요양벼원

식은 노구를 시립병원으로

운구하던 곳 지난다 지나가는 일

 

동인천역에서 전철로 갈아타고

하루의 새 길을 연다